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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경영소설]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6화: 고정비를 꺾는 '1인 다역' 시스템 설계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2-15 2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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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로부터 혁신 테스트 베드라는 지위를 얻었지만, 강민준은 안심할 수 없었다. 가장 큰 괴물, '인건비 1,800만 원'이 여전히 그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평의 거대한 홀을 유지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 하지만 민준은 IT 경험을 살려, 1인 2역을 넘어 1인 3역을 수행하는 '셀프 &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한다. 목표는 명확했다. '적정 매출을 유지하며 순이익을 두 배로 늘리는 것.' 육미대왕과의 치열한 마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내부 개조 작업이 시작된다."

소설로 배우는 식당경영: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박 이사가 떠난 다음 날, 강민준은 곧바로 두 번째 괴물 사냥에 나섰다. 그 괴물은 매달 통장에서 1,800만 원씩을 앗아가는 '인건비'였다.


무한리필 고깃집은 필연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고기 리필, 뷔페 관리, 불판 교체, 테이블 치우기 등 200평을 채우는 고객들을 상대하려면 최소 8명 이상의 인원이 풀가동되어야 했다. 그는 주방장 김성일 씨를 제외한 7명의 홀 및 보조 인력을 어떻게든 효율화해야 했다.


‘직원을 줄이면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남은 고객들마저 육미대왕으로 간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민준은 자신의 창업 전 IT 회사 경력을 끄집어냈다. ‘1인 다역(多役) 시스템’ 구축이었다.

그는 홀 매니저를 불러 회의를 시작했다.


“매니저님, 지금부터 매니저님의 역할은 ‘인력 관리’에서 ‘데이터 관리 및 매장 퀄리티 컨트롤’로 바뀝니다. 직원 두 명을 감축하겠습니다.”


“네? 지금도 주말에는 숨 돌릴 틈이 없는데… 두 명을 빼면 마비됩니다, 사장님.” 홀 매니저가 당황했다.


“마비되지 않게 만들 겁니다. 감축된 두 명의 인건비는 매니저님과 다른 직원들의 인센티브와 자동화 시스템 투자금으로 전환할 겁니다.”


민준은 혁신 계획을 설명했다.


첫째, 불판 교체 자동화 및 인건비 제로화. 프리미엄 존에 도입했던 '메탈 불판'을 전체 홀로 확대 교체한다. 기존 주철 불판은 10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했지만, 메탈 불판은 30분에 한 번이면 충분했다. 불판 교체 전담 인력 1명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둘째, 뷔페 시스템의 무인화. 기존에는 직원 한 명이 뷔페 코너를 돌며 음식 정리, 채우기, 주변 청소를 맡았다. 이제 뷔페 메뉴를 가장 단순한 품목(밥, 샐러드, 기본 반찬) 위주로 줄였다. 그리고 이 코너 중앙에 대형 터치스크린을 설치했다. 이 스크린에는 각 메뉴의 '잔여량 예측 시스템'을 표시하고, 잔여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방장에게 알림을 보낸다. 뷔페 관리 인력 1명의 단순 반복 업무가 사라지고, 주방 보조 인력이 필요할 때만 가서 채우면 된다.


셋째, ‘서빙 로봇’ 도입 검토. 당장 막대한 투자금이 드는 서빙 로봇 대신, 민준은 '반납 시스템'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테이블마다 ‘식기 반납 구역’을 지정하고, 식사 후 고객이 직접 그릇을 중앙 반납대로 가져오도록 유도한다.


“물론 처음엔 고객들이 싫어할 겁니다. 하지만 '반납 시 1,000원 할인 쿠폰 지급' 등 혜택을 걸면 달라집니다. 반납된 식기를 중앙에서 박 여사님이 바로 세척기로 밀어 넣으면, 홀 직원들은 테이블 세팅과 고기 리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 정리 및 설거지 보조 인력 1명의 업무 강도가 획기적으로 낮아집니다.”


민준은 이 시스템을 통해 7명의 홀 인력 중 2명의 감축 효과를 보고, 남은 5명의 인력을 '고객 서비스 및 고기 리필'이라는 핵심 업무에만 집중시킬 계획이었다.


“매니저님은 이제 테이블의 청결도나 고기 숙성도를 체크하는 ‘퀄리티 오디터’ 역할을 맡으세요. 월급은 30만 원 올려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의 효율이 오르면 인센티브를 줄 겁니다.”


민준은 감축된 2명의 인건비(약 450만 원) 중 일부를 자동화 시스템 구축과 남은 직원들의 인센티브로 재분배했다. 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줄이고, 임금은 올리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시스템 변경 후 첫 주말 저녁. 홀은 여전히 만원이었다. 길 건너 육미대왕도 사람이 많았지만, 민준의 가게는 프리미엄 존의 높은 이용률 덕분에 매출 감소 폭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처음의 불안함 대신, ‘효율적인 노동’에서 오는 만족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불판 교체 요청이 사라졌고, 뷔페 코너를 멍하니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반납대에 쌓인 식기를 보며 김 주방장이 웃었다.


“신기합니다, 사장님. 손님들이 직접 식기를 가져다주시니 직원들이 고기만 썰고 있네요. 폐기율도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때, 주방 바닥에 작은 불이 났다. 뷔페 코너 뒤쪽, 낡은 냉장고 옆에 쌓여있던 박스에서 시작된 불이었다. 다행히 김 주방장의 빠른 대처로 곧바로 꺼졌지만, 민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김 주방장님, 혹시 저 냉장고… 뷔페 축소하면서 생긴 유휴 공간 아닌가요?”


“네, 그렇긴 한데… 박스로 막아뒀습니다. 왜 그러시죠?”


민준은 자신이 간과했던 가장 큰 고정비를 떠올렸다. '200평의 공간'이었다. 이 불은 그에게 경고하는 듯했다. "공간이 놀고 있으면 위험하다."


인건비는 잡았지만, 월 800만 원의 임대료가 나가는 이 200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육미대왕과의 마진 싸움에서 최종 승리하려면, 놀고 있는 '평당 비용'까지 잡아야 했다.


민준은 불이 났던 뷔페 유휴 공간을 바라봤다. 이제 다음 혁신 목표가 명확해졌다. ‘놀고 있는 공간을 수익 파이프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그 해답은 밤 장사가 끝난 새벽에 있었다.





[6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인건비 절감의 핵심, '시간당 효율' 극대화


  1. 1. 인건비 절감의 착시: 단순히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이 아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고객 이탈을 유발합니다. 진정한 절감은 '직원 1인이 시간당 처리하는 업무량(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불판 교체 자동화, 뷔페 무인화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시스템이 대체하게 하여, 직원의 업무 시간을 '고객 서비스'라는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시켰습니다.


  2. 2. 보이지 않는 고정비, '공간': 월 800만 원의 임대료는 24시간 동안 발생합니다. 하지만 식당은 보통 8시간(저녁 피크) 정도만 고수익을 창출하고, 나머지 시간(낮, 새벽)에는 공간이 놀고 있습니다. 민준이 발견한 다음 과제는 이 놀고 있는 '유휴 공간과 유휴 시간'을 수익 창출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평당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대형 매장의 마지막 생존 전략입니다.


  3. 3. 내부 혁신의 우선순위: 외부 경쟁(육미대왕)에 대응하기 전에, 내부의 가장 큰 문제(원가율, 인건비)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2,000원의 반란'으로 원가율을 잡고, '1인 다역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잡은 후, 비로소 외부 경쟁을 위한 마진 확보가 가능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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