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계절성 비즈니스의 역설: 막국수 전문점은 왜 여름이 아닌 '겨울'에 망하는가?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1-18 13:26:58
  • 수정 2025-11-18 13:35:24
기사수정
  • 8개월의 현금흐름을 기획하지 못한 자, 4개월의 영광을 누릴 자격도 없다.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여러분, 찌는 듯한 8월의 어느 일요일 점심, 이름난 막국수집 앞 풍경을 떠올려 보십시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 집 막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쉴 새 없이 울리는 주문 알림과 분주하게 면을 삶는 주방.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예비 창업가의 마음은 어떨까요? "와, 저 사장님은 정말 돈을 쓸어 담겠구나." "그래, 아이템은 저런 거지. 1년에 4개월 바짝 벌고 나머지엔 좀 쉬엄쉬엄해도 되겠어."


얼마나 멋진 꿈입니까? 1년 중 가장 화려한 계절, 그 계절의 주인공이 되어 폭발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것. 그 짜릿한 성공의 환상은 너무나 달콤해서, 많은 이들이 이 '계절성 비즈니스'라는 경주에 주저 없이 뛰어듭니다. 그 마음,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그토록 화려했던 여름이 끝나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겨울'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11월의 텅 빈 가게. 하루 매출 200만 원을 외치던 포스(POS) 기계엔 20만 원이 겨우 찍힙니다. 여름 내내 땀 냄새와 활기로 가득 찼던 공간은, 이제 싸늘한 난방비 걱정과 "내년 여름엔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겨울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합니다.


오늘의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막국수 전문점은 정말 '겨울' 때문에 망한 걸까요? 통계의 착시를 걷어내고 그 본질을 한번 들여다봅시다.




1. 실패의 서사: 우리는 '겨울'을 탓하지만, 이미 '여름'에 실패했다


우리는 흔히 눈앞의 현상에 속아 넘어갑니다. 폐업 신고서는 1월이나 2월, 혹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제출됩니다. 장부가 완전히 바닥나고, 더 이상 버틸 현금이 없는 '겨울의 끝자락'이죠. 그래서 모두가 "겨울의 혹독한 적자를 버티지 못했다"고 결론 내립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조금 다른 주장을 하려고 합니다. 단언컨대, 그 가게는 겨울이 오기 한참 전인 '지난 8월'에 이미 망했습니다.


"아니, 여름 내내 줄 서서 먹던 가게가 8월에 망했다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하실 겁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그 사장님에게 여름 4개월간의 폭발적인 매출은 '순수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1년 치 농사를 미리 수확한 '총수입'이었고, 그 안에는 곧 닥쳐올 비수기 8개월 치의 '임대료'와 '고정비', 그리고 사장 자신의 '1년 치 연봉'이 모두 포함된 '가불(假拂)'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서운 진실을 깨닫는 창업가는 많지 않습니다. 매일 통장에 찍히는 거대한 숫자에 취해, 이 '가불금'을 마치 자신의 '순수익'인 양 착각합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8월의 기록적인 매출에 흥분해 덜컥 외제 차 리스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9월에는 "고생한 나를 위해" 지중해로 늦은 휴가를 떠납니다. 10월에는 '내년 여름에는 더 잘 되겠지'라며 안일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11월,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 그제야 깨닫는 겁니다. 다음 달 임대료와 직원 월급 줄 돈이 없다는 것을.


여러분. 이것은 '겨울'이 배신한 것이 아닙니다. '여름'에 벌어들인 돈의 진짜 주인을 착각한, 사장 자신의 '회계적 무지'와 '재무적 나태'가 스스로를 배신한 것입니다.




2. 세계의 사례: 계절을 지배하는 자들과 지배당하는 자들


이 숙명은 비단 막국수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태양의 각도와 기온의 변화에 매출이 종속되는 모든 계절성 비즈니스의 운명이죠.


여기, 이 운명에 맞서 싸우거나 혹은 영리하게 이용하는 두 가지 해외 사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전역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스피릿 핼러윈(Spirit Halloween)'이라는 기묘한 가게입니다. 이들은 1년 중 단 두 달, 9월과 10월에만 핼러윈 용품을 팝니다. 11월 1일이 되면 귀신처럼 사라지죠.


"아니, 그럼 나머지 10개월은 뭘로 먹고사느냐?" 이게 핵심입니다. 그들은 '먹고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1년 내내 비싼 임대료를 내가며 '겨울'을 버티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망한 서점, 파산한 백화점 등 '비어 있는' 건물을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건물주에게 딱 3개월만 쓰는 조건으로 아주 저렴한 단기 임차 계약을 맺습니다. 10개월의 고정비(겨울) 자체를 '0'으로 만들어 버린, 무섭도록 영리한 역발상입니다. 이들에게 비수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콜로라도의 '스키 리조트'입니다. 이들은 우리 막국수집과 정반대로, 겨울 4개월이 성수기이고 나머지 8개월이 비수기(여름)입니다.


그럼 그들은 8개월 내내 문을 닫고 겨울에 번 돈을 까먹으며 버틸까요? 천만에요. 그들은 그 8개월의 '겨울'을 또 다른 '성수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어떻게요? 눈이 녹아내린 스키 슬로프를 '산악자전거(MTB) 다운힐 코스'로 바꾸고, 리프트는 자전거를 실어 나르는 운송 수단이 됩니다. 텅 비었던 광장에서는 '재즈 페스티벌''요가 클래스'를 엽니다. '겨울 스포츠의 성지'라는 본질을 '사계절 마운틴 리조트'라는 더 큰 개념으로 확장해버린 겁니다.


이것은 막국수집 사장이 겨울에 어설프게 '칼국수'를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업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3. 본질의 통찰: 당신의 견적서에 없는 단 하나의 항목


자, 이제 우리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이 냉혹한 현실을 목격한 예비 창업가,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장 책상 서랍에 넣어둔 '창업 견적서'를 다시 한번 펼쳐보십시오. 보증금 5천만 원, 권리금 3천만 원, 인테리어 8천만 원, 주방 설비 4천만... 100만 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발품 팔며 꼼꼼하게 적으셨겠죠. 그 노력, 물론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감히 묻겠습니다.


그 빽빽한 견적서 목록에, "첫 겨울을 버틸 최소 6개월 치 고정비"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습니까?


만약 이 항목이 빠져있다면, 죄송하지만 그 견적서는 '성공 계획서'가 아니라 '실패 예정서'일 뿐입니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주방 설비 비용처럼, 이 '겨울 생존 자금'은 가게를 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창업 자금'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이것은 '운영하다 보면 벌리겠지'라는 '희망 자금'이 아닙니다.


이 돈이 없으면, 당신은 여름 4개월간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단 한 푼도 '내 돈'으로 쓸 수 없는 '회계상의 노예'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여름의 모든 수익은, 그저 겨울의 고정비를 막기 위한 '적금'에 불과하게 되죠.



4. 결론: 겨울은 심판의 계절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막국수 전문점은 왜 겨울에 망할까요?


그 답은 이제 명확해졌습니다.


겨울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그저 '심판의 계절'일 뿐입니다.


지난여름, '본질(맛)'로 고객을 압도하는 데 실패하고, '수익성(객단가 전략)'을 극대화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재무 계획(현금 흐름)'에 무지했던 지난 1년의 모든 과오가 '겨울'이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청구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현명한 조상인 '농부'를 보십시오. 농부는 가을 수확의 기쁨에 취해 쌀가마니를 전부 시장에 내다 팔지 않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날 '양식(고정비)'을 반드시 곳간에 따로 빼놓고, 내년 봄에 심을 '종잣돈(R&D)'을 지켜냅니다. 그것이 수천 년간 인류가 터득한 '계절성 비즈니스'의 유일한 생존법입니다.


여러분. 외식 창업은 '감성'이나 '요리'가 아니라 '경영'입니다. 그리고 경영의 본질은 화려한 성수기의 영광이 아니라, 춥고 배고픈 비수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계획하는 '냉철한 이성'과 '숫자 관리'에 있습니다.


부디 당신의 그 화려한 여름이, 혹독한 겨울의 심판을 당당히 통과해 내년의 더 힘찬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사이드 기본배너-유니세프
사이드 기본배너-국민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