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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픽션] 포화된 상권의 마지막 한 자리, 6화. 노후된 공간, '제3의 쉼터'를 위한 역발상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1-27 07:17:40
  • 수정 2025-11-27 07: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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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극단화된 시장에서, 공간은 더 이상 단순히 '장사하는 곳'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머물고 싶은 이유'를 제공해야 합니다. 낡고 초라한 공간을 기회로 바꾸는 것은 '역발상'이라는 투자에서 시작됩니다.



1. 노후화된 공간의 역설


유행분식 3호점은 매출과 순이익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었지만, 서이수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사장님, 배달 평점은 4.8점으로 압도적입니다. 순이익률도 본사 평균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홀 매출 비중이 너무 낮습니다."


서이수는 3호점의 매출 데이터를 다시 꺼냈다. 현재 3호점의 매출 중 90%가 배달과 포장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홀 매출은 겨우 10% 남짓이었다.


"홀 고객이 없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홀 매출은 배달 매출의 안정성을 담보합니다. 홀 손님은 브랜드의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고, 홀에서 식사한 손님들이 쓴 리뷰는 배달 고객에게 신뢰를 줍니다. 게다가 홀은 배달 수수료를 물지 않는 순수 이익 공간입니다."


하지만 3호점의 홀은 그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바랜 벽지, 그리고 창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배달 광고 스티커들. 홀에 들어서는 손님들은 주문 후 포장을 기다리거나,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사는 3호점 개설 당시 가장 낮은 인테리어 비용을 강요했습니다. 노후화도 빠를 수밖에 없었죠. 지금 리모델링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정우진이 난색을 표했다.


"리모델링이 아니라, '공간의 용도 변경'입니다, 사장님. 본사의 김 회장은 홀을 '매출을 위한 공간'으로만 봅니다. 저는 이곳을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꿀 것입니다." 서이수는 역설했다.



2. '제3의 쉼터'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


서이수는 3호점의 '타겟 고객'인 2030 여성 1인 가구의 니즈를 다시 분석했다. 그들은 퇴근 후 혼자 식사하는 데 편안함과 안정감을 원했다. 집과 직장 외에 '간단하지만 격식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제3의 공간(Third Place)'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곳을 분식집이 아니라, 혼자 와서 15분 동안 편안하게 밥을 먹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로 만듭니다."


서이수는 정우진에게 단호하게 지시했다. 최소한의 비용, 최대한의 효과를 위한 공간 혁신이었다.


  1. 배달 광고 스티커 제거: 창문을 가득 메웠던 모든 광고물을 제거하고, 햇빛이 들어오도록 개방했다.

  2. 색감 통일: 낡은 의자와 테이블을 싼 값에 시트지로 덮어 통일된 우드 톤으로 바꿨다.

  3. 조명 교체: 밝기만 했던 형광등을 따뜻한 주광색 조명으로 교체하고, 테이블마다 개인 스탠드 조명을 설치했다.

  4. 1인 테이블 배치: 4인용 테이블을 없애고, 창가를 바라보거나 벽을 등진 '혼밥용 1인 테이블'을 주력으로 배치했다.


총 투자 비용은 200만 원 남짓. 본사의 표준 리모델링 비용의 1/20 수준이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메뉴의 제공 방식'이었다. 배달 포장이 아닌 홀 손님에게는 7가지 핵심 메뉴를 고급스러운 개인 식기에 담아 제공했다. 배달로 절감한 '20원의 가치'를 홀 고객에게 '대접받는 경험'으로 전달한 것이다.



3. 침묵을 깨는 손님, 그리고 본사의 압박


공간이 바뀌자 고객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근 후 식사를 위해 3호점을 찾은 여성 고객들은 '조용하고 아늑해졌다', '혼자 밥 먹기 불편하지 않다'는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다. 홀 매출은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하여, 열흘 만에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소식은 곧바로 김 회장의 귀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서이수가 200만 원으로 만든 공간 변화에 충격을 받았다. 본사는 수천만 원짜리 리모델링 패키지를 팔아 마진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서이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분했다. "서 이사! 당신 마음대로 본사 표준 자재가 아닌 물건을 매장에 들였어! 당장 원래대로 복구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간주하겠소!"


"김 회장님. 본사가 판매하는 리모델링 패키지는 '3호점 타겟 고객'의 니즈를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제가 든 200만 원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였고, 이미 순수익으로 회수 중입니다. 본사의 표준이 고객의 니즈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표준을 바꿔야 합니다. 3호점은 표준을 따르는 매장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실험실입니다."


서이수의 논리는 완벽했다. 김 회장은 서이수가 법적인 구멍 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고 더욱 깊은 위협을 느꼈다. 3호점의 성공은 김 회장 개인의 권력과 직결된 '물류 마진'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직접적인 방해'가 아닌, '외부의 압박'을 이용해 서이수의 프로젝트를 좌초시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경영 인사이트]


공간의 '용도 변경' 투자: 과밀화된 시장에서 물리적인 공간은 단순한 임대료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대규모 리모델링 없이 '공간의 용도'를 고객의 니즈에 맞게 재정의하는 최소 비용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타겟 고객(1인 가구)에게 '편안함, 안심, 대접받는 경험'을 제공하여 가격 경쟁을 회피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공간이 고객에게 '머물고 싶은 이유'를 줄 때, 그 공간은 가장 강력한 순수 이익 창출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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