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연재 소설] 4.43평, 나의 지옥이자 천국
제2화: 조용한 암살자

"다... 직원이 문제였어. 요즘 애들이 끈기가 없지."
다음 날 아침, 퀭한 눈으로 주방을 청소하며 김철수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민수의 팔에 남은 화상 자국과 "사람이 일할 데가 못 돼요"라는 마지막 말이 흉터처럼 마음에 남았지만, 애써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직접 하면 돼. 나 혼자 하면... 동선이 꼬일 일도 없잖아."
그날부터 '달빛한잔'은 김철수 1인 포차가 되었다.
'낭만'이나 '오너 셰프' 같은 멋진 말이 아니었다. 그저 '생존'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시스템의 결함을 '사람의 노력'으로 덮으려 할 때, 그 결함은 더 교묘하고 치명적인 방식으로 주인을 공격한다는 것을.
저녁 8시.
어제보다는 덜하지만, 홀은 70% 정도 차 있었다. 혼자 감당하기엔 여전히 버거웠다.
"사장님! 여기 주문요!"
홀에서 손님이 불렀다. 김철수는 웍을 잡은 손을 앞치마에 쓱 닦으며 홀로 달려 나갔다.
"네, 손님. 뭐 드릴까요?"
"음... 떡볶이랑, 소주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김철수는 POS기에 주문을 입력했다(1. POS기 터치). 손님들이 만졌던, 어쩌면 수백만 마리의 세균이 있을지 모를 그 스크린을.
그는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옆 테이블 손님이 다 먹은 빈 그릇을 발견했다.
"아, 잠시만요."
그는 떡볶이를 만들러 가던 걸음을 멈추고, 손님의 잔반이 남은 그릇들을 챙겼다(2. 퇴식).
주방에 들어선 그의 동선은 최악이었다.
[주방 입구 → 퇴식 그릇 든 채로 → 조리대(화구) → 설거지통]
설거지통은 하필이면 조리대 가장 안쪽, 화구와 전처리대를 모두 가로질러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그는 잔반 그릇을 든 손으로,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 비워 둔 새 웍을 '간신히' 피하며 지나갔다.
'철퍽.'
그릇을 설거지통에 던져 넣었다(3. 설거지통).
이제 떡볶이를 만들 차례.
그는 너무 바빴다. 손을 씻을 시간은 '사치'였다. 고작해야 흐르는 물에 1초간 손을 헹구는 정도(4. 불완전한 세척).
그는 젖은 손을 다시 앞치마에 닦으며, 전처리대에 놓인 떡과 어묵을 집어 웍에 담았다(5. 조리 시작).
POS기 스크린의 세균.
잔반 그릇에 묻어 있던 타인의 타액과 이물질.
그 모든 것이 그의 손을 거쳐, 지금 막 끓기 시작한 떡볶이 안으로 '입수'하고 있었다.
김철수는 그저 '바쁘다'고 생각했지, 자신이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주방 바로 앞, 고목 바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던 한 여자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날카로운 안경 너머로, 그녀의 눈은 김철수의 홀이 아닌, 4.43평의 주방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
김철수가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네, 손님."
"방금... 떡볶이 만드셨죠."
"네? 네... 곧..."
"아니요. 그거 말고요."
그녀는 방금 전 김철수가 홀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참이었다.
"사장님. 홀에서 들어온 빈 그릇, 지금 저기 설거지통에 있죠."
"...네."
"그거 치우고, 손... 제대로 씻으셨어요?"
김철수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네? 아, 그럼요. 씻었죠."
여자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1초요. 물에 헹군 거 말고요. 비누칠해서 30초. 그렇게 씻으셨냐고요."
"......"
"사장님. 지금 그 주방... '독'을 만들고 있는 거... 알고 계세요?"
김철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에 들고 있던 국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감성적인 홀에 속아서 들어왔는데... 주방이 저 모양이면, 저건 손님을 기만하는 겁니다."
그녀, '주방의 신'이라 불리는 컨설턴트 한지원이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얼음장 같은 한 마디를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그 주방... 한 달 안에 망합니다. 제가 장담하죠."
그녀의 말이 '조용한 암살자'처럼 김철수의 심장에 박혔다. POS기 스크린, 잔반 그릇, 그리고 자신의 손. 그제야 모든 것이 역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영 인사ITE 2]
위생은 '청결'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다.
특히 주방에서 '교차 오염(Cross-contamination)'은 사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조용한 암살자다.
'더러운 동선(퇴식, 설거지, 잔반 처리)'과 '깨끗한 동선(조리, 배식, 새 식자재)'이 단 1cm라도 겹치게 설계되었다면, 사장의 부지런함과 상관없이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위생 리스크는 확률의 문제가 아닌, 시기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