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런던베이글뮤지엄(LBM)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증샷 경제(Proof-shot Economy)'가 낳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SNS 피드에서 가장 강력한 '승리의 트로피'였다. 2시간의 줄 서기는 고통이 아닌 '경험'의 일부였고, 2만 원어치의 베이글은 그 '경험의 증거'를 얻기 위한 입장권이었다.
이 '힙함'의 가치는 2,000억 원으로 환산되었다. LBM의 성공은 '인스타그램 경제'에 어떻게 완벽하게 복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과서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그 찬란한 '인증샷의 성지'는 20대 직원의 비극적 죽음과 3년간 63건의 산재 승인이라는, 가장 반(反)인스타그램적인 진실로 얼룩졌다.
M&A의 압박, 경영진의 탐욕, F&B 산업의 고질병. 수많은 이유가 지목된다. 하지만 이 복잡한 실타래를 '오컴의 면도날'로 끊어내고 가장 단순한 본질을 찾아보면, LBM의 성공과 실패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인증샷 경제'의 핵심 모순을 관통하고 있다.
오컴의 면도날로 본 LBM의 성공은 "베이글(제품)을 판 것이 아니라, '힙한 경험의 증거(인증샷)'를 팔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판매한 '경험'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바로 '수제(Artisan)' 이미지였다. 공장에서 찍어낸 매끈한 빵이 아닌, 투박하고 정성이 들어간 듯한 '런던 어딘가의' 아날로그적 감성. 이는 인증샷에 최적화된 이미지다. 소비자는 빵을 먹는 행위를 넘어, '나는 이런 감성을 향유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소비하고 '인증'했다.
이 전략은 완벽했다. LBM은 F&B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SNS 피드를 장악하는 미디어 기업처럼 작동했다. '경험'이 '가치'가 되고, 그 '가치'가 '인증샷'으로 증명되는 시대에, LBM은 가장 완벽한 상품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비극은 바로 이 성공의 핵심, '수제(Artisan) 이미지'에서 시작된다. '수제'는 본질적으로 '대량 복제(Growth)'와 충돌한다.
LBM이 '인증샷'을 통해 바이럴되면서 시장의 수요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의 속도로 폭발했다. 전국적인 신드롬이 되자, '수제'라는 아날로그적 생산 방식은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LBM의 두 번째 오컴의 면도날, 즉 '위기의 본질'이 드러난다. LBM의 위기는 M&A나 특정 계약 조항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성장 속도(수요)'가 '운영 시스템(공급)'의 한계를 압도했다"는 가장 단순한 경영의 실패다.
시스템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 기업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센트럴 키친 고도화, 공정 자동화, HR 시스템).
부족한 시스템을 '사람'으로 메운다 (노동력 착취).
LBM은 2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1번을 선택할 경우, 성공의 핵심이었던 '수제' 이미지가 훼손될까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LBM 사태는 '인증샷 경제'가 가진 가장 어두운 역설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LBM의 '힙한 이미지'라는 '보이는 가치'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 '보이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그 이면에서는 노동자의 안전, 건강, 권리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처참하게 붕괴하고 있었다.
영상에서 지적된 '간의 수공업' 방식, 15시간 연속 근무 등은 모두 이 붕괴의 증상이다. 소비자들이 열광한 그 '힙한' 베이글은, 누군가의 '비-힙한(혹은 반인권적인)' 노동으로 빚어지고 있었다.
이는 LBM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가치 소비'를 외치는 많은 소비자가, 정작 그 '가치'를 '보이는 이미지'에만 한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소비하는 이 '힙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비용이 치러지고 있는지 우리는 질문하지 않았다.
'인증샷 경제'는 이처럼 '보이는 것'에만 극단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며, '보이지 않는 과정'의 가치를 삭제한다.
LBM 사태는 기업 윤리의 문제인 동시에, '인증샷'에 열광하는 우리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힙한 이미지'와 '인증샷'이 혹시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은 아닌가? LBM은 소비자에게 이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힙함'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가치 소비'는 이제 '보이는 가치'를 넘어, 그것을 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가치(노동, 시스템, 윤리)'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것이 '인증샷 경제'의 역설에 갇힌 우리가 LBM의 비극으로부터 배워야 할 유일한 교훈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