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불과 몇 달 전까지, '런던베이글뮤지엄(LBM)'은 'K-베이커리' 신화의 정점이자 2,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성공의 아이콘이었다. 사람들은 빵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험'을 하기 위해 기꺼이 몇 시간의 웨이팅을 감수했다. 그러나 지금, LBM은 극단적인 노동 착취와 직원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성공 신화의 가장 어두운 이면을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수많은 분석이 쏟아진다. 2,000억 원 규모의 M&A 과정에서 발생한 '언아웃(Earn-out)' 조항의 압박, 창업자의 리더십 문제, F&B 산업 특유의 고강도 노동 등 복잡한 원인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모든 복잡한 현상을 '오컴의 면도날'로 잘라내고 가장 단순한 본질을 찾는다면, 우리는 LBM의 성공과 실패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치명적인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폭발적인 '성장 속도'가 감당할 수 없는 '운영 시스템'의 한계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LBM의 성공을 분석하기 위해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하면, 그들의 핵심 상품은 '베이글'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진다. LBM은 빵집(F&B)의 형태를 띤 '공간 기획사' 혹은 '미디어 기업'에 가까웠다.
소비자들은 '런던의 어느 힙한 골목에 위치한 베이글 가게'라는 고도로 연출된 공간 경험을 소비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 감각적인 패키징, 심지어 극악의 웨이팅마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희소성으로 작동했다. 베이글은 이 모든 경험을 완성하고 SNS에 '인증'하기 위한 훌륭한 '굿즈(MD 상품)'였다.
이 '경험'이라는 무형 자산의 가치는 실로 막대했다. LBM은 F&B의 전통적인 가치 평가(매출, 이익률)를 넘어, '인스타그램 경제'가 만들어낸 막대한 트래픽과 화제성을 바탕으로 2,000억 원이라는 유니콘 기업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들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팔았고, 이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문제는 이 성공의 핵심에 '시스템'이 아닌 '이미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LBM이 소비자에게 판매한 '경험'의 핵심은 '매장에서 직접 굽는 듯한' 수제(Artisan) 이미지였다. 정통성, 희소성, 아날로그적 감성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의 속도로 폭발했다. 전국적인 신드롬이 되면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여기서 LBM은 치명적인 모순에 봉착한다.
'아날로그적인 수제 이미지(브랜드 가치)'와 '디지털적인 성장 속도(시장 수요)' 사이의 충돌.
이 모순을 해결하는 정공법은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다.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수제 이미지'는 유지하되 생산 방식은 효율화해야 했다. 예를 들어, 핵심 공정을 처리하는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의 고도화, 제빵 공정의 일부 자동화, 체계적인 재고 및 물류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운영할 '사람'을 관리하는 전문적인 HR 시스템이 필요했다. 100층짜리 건물을 지으려면 그에 맞는 100층짜리 기반 공사와 설계도가 필요한 것과 같다.
LBM의 비극은 이 '시스템'이 부재했거나, 성장의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는 데 있다. M&A 과정에서의 단기 실적 압박(언아웃 조항)은 이 붕괴 직전의 시스템에 가해진 '가속 페달'이었을 뿐,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다.
시스템이 감당 못 할 수요가 몰려들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해결책은 '사람을 갈아 넣는 것'이다.
LBM의 운영 방식은 '간의 수공업'에 가까웠다고 알려진다. '수제'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이나 의지가 없었기에, 모든 과부하는 고스란히 현장 직원들에게 전가되었다. 영상에서 언급된 주 80시간 노동, 15시간 연속 근무, 3년간 63건의 산재 승인 등은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 없는 성장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증상'이었다.
폭발적인 성장은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성장을 떠받치는 '운영 시스템'은 여전히 동네 빵집 수준에 머물렀다. 1층짜리 기초 공사 위에 100층짜리 빌딩을 올리려 한 셈이다. 붕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사태는 단순히 '악덕 기업'의 노동 착취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폭발적인 성장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트업과 스몰 브랜드에 '성장의 역설'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힙함(Hip)'과 '감각적인 브랜딩'은 성공의 훌륭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업'이 될 수 없다. 기업은 결국 '시스템'으로 말한다. 화려한 브랜딩이 기업을 하늘로 띄울 수는 있지만, 그 비행을 지속하게 하는 엔진과 동체는 '운영 시스템'과 '조직 문화'다.
LBM은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성장'의 본질을 되묻는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보이는 가치(이미지)' 이면에, 그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과 안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시스템)'가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가. 시스템 없는 성장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쓰라린 성공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