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안형상 기자]
경북 구미의 한 성당에서 신앙의 불씨를 지핀 한 청년이 있었다. 김순필 수도자(78세). 그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던 해, 천주교 신자가 되었고 경북 구미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스무 살 청년의 가슴에 심어진 믿음은 30살이 되던 해, 경북 왜관의 성 베네딕토 수도원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그는 5년 동안 수도자 생활을 하며 기도와 노동, 청빈의 삶을 살았다. 수도원의 노동 중에서도 빵을 굽는 기술은 그의 손끝에 특별한 재능을 불어넣었다. 고소한 빵 향기 속에서 그는 수도자의 사명과 인간의 따뜻함을 배웠다.
그러나 삶은 그를 다시 세상 속으로 불러냈다. 생활의 어려움과 병환이 깊어진 부모를 모시기 위해, 그는 눈물로 수도원을 떠났다. 이후 웨스틴조선호텔 서울과 경주조선호텔에서 2년간의 실습기간을 거치며 특급 호텔 조리 기술을 익혔다. 하지만 부모님의 간호를 위해 웨스틴조선호텔 부산으로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조리사로서 20년 동안 호텔 식당의 주방을 지켰다.
부산에서의 긴 세월을 마친 후, 그는 대우조선 계열 옥포관광호텔 총괄수석 셰프로 재직하며 한식·양식·중식 등 다양한 메뉴를 총괄했다. 이후 스스로 창업한 ‘김순필피자’는 성황리에 운영되며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성공보다 더 귀한 부름이 있었다.
사업을 접은 그는 성요셉수도원으로 돌아가 수도자의 삶을 다시 시작했다. 지금도 그는 수도원의 음식 담당으로, 해외에서 주교와 신부, 수도자들이 왜관 성 베네딕토 수도원을 방문하면 단숨에 달려가 일주일 넘게 모든 식사를 준비한다.
45년간 특급호텔에서 갈고닦은 기술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솜씨는 영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신앙과 봉사를 위한 도구가 되었다. 현재 그는 빵뿐 아니라 전반적인 식사 메뉴를 책임지며 수도원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김순필 수도자의 삶은 천주교의 핵심 이념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인간 존중: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음을 믿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존중했다.
진리: 정직과 올바른 기준으로 자신을 다스렸고,
사랑: 타인의 아픔과 기쁨에 깊이 공감하며,
봉사: 자신의 기술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놓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본받아, 그는 교회와 사회, 인류를 향해 ‘행동하는 사랑’을 실천해 왔다.
이제 78세가 된 김순필 수도자는 여전히 새벽 미사를 드리고, 수도원 부엌에서 재료를 손질하며,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식탁을 차린다. 그의 삶은 ‘성공’보다 ‘소명’에 무게를 둔 한 인간의 긴 여정이었다.
그는 말한다.
“하느님께 받은 달란트는 나누라고 주신 겁니다. 그게 제 길이었고, 제 행복이었습니다.”
수도원의 부엌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향기 속에는, 한 평생 신앙과 봉사로 살아온 한 수도자의 고요한 기도가 스며 있다.
전화: 031-527-8115
글로벌 외식정보 안형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