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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의 생존 전략: 기술과 경험, 2025년 외식 산업의 미래를 묻다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8-09 09: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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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4조 3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외식 산업이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했다. 한쪽에서는 AI와 로봇이 주방을 점령하며 효율성의 정점을 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셰프의 철학과 예술적 경험이 음식의 가치를 재정의한다. 이는 '거대한 양극화' 현상으로, 중간 지대는 사라지고 양 극단에 선 플레이어만이 생존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한다. 풀서비스 레스토랑 이용객의 64%가 이제 가격보다 경험을 더 중시한다는 통계는  '가치'의 정의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미래 외식 산업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세계 각지의 혁신 사례를 통해 두 개의 미래를 심층 분석한다.



  • 제1의 길: 효율성의 극대화 - 로봇, 주방을 플랫폼으로 바꾸다

  • 외식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해답은 기술에서 나오고 있다. 이 흐름의 최전선에는 주방의 완전 자동화와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 가상 브랜드(Virtual Brand)가 있다.

  • 사례 1: QSR의 완전 자동화, '칼리익스프레스 바이 플리피'

  • 미국 패서디나에 등장한 '칼리익스프레스(CaliExpress)'는 주문부터 조리까지 전 과정이 AI와 로봇으로 운영되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 레스토랑이다. 미소 로보틱스의 AI 튀김 로봇 '플리피(Flippy)'와 그릴링 로봇이 갓 분쇄한 와규 비프 패티를 요리한다.

  • 이 모델의 핵심은 단순히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레스토랑의 손익계산서(P&L)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변동 비용인 인건비를 로봇이라는 고정 자본 지출(CapEx)로 전환함으로써 확보된 자본을 와규 비프 같은 프리미엄 식재료에 재투자한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을 더 저렴하게(premium-for-less)'라는, 전통적인 QSR이 따라올 수 없는 가치 제안을 창출한다. 이는 외식업 운영자의 92%가 주요 고충으로 꼽는 인건비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시도다.



  • 사례 2: 가상 브랜드의 명암 - 미스터비스트 버거 vs. 도그 하우스

  •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가상 브랜드는 외식업의 새로운 확장 모델을 제시했지만, 그 성공 여부는 운영 통제력에 달려있음이 명확해졌다.

  • 실패의 교훈, 미스터비스트 버거: 유튜버 미스터비스트는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 기존 레스토랑의 유휴 주방을 빌리는 자산 경량화 모델로 하룻밤 새 300개 지점을 열었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의 무한한 확장 논리를 물리적 외식업에 무리하게 적용한 결과는 참담했다. 수백 개의 각기 다른 주방에서 쏟아져 나온 음식은 품질 관리에 실패했고, 날고기 패티와 같은 문제로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결국 사업 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강력한 브랜드가 나쁜 제품을 구할 수 없으며, 오히려 나쁜 제품이 강력한 브랜드를 파괴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 성공의 청사진, 도그 하우스: 핫도그 체인 '도그 하우스(Dog Haus)'는 정반대의 접근법으로 성공했다. 그들은 '치킨 샌드위치'처럼 특정 메뉴로 검색하는 배달 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자신들의 주방 설비와 식자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여러 가상 브랜드를 론칭했다. '배드애스 브렉퍼스트 부리토' 같은 가상 브랜드는 단 하나의 신규 식자재(토르티야)만 추가해 운영 복잡성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가상 브랜드 매출이 전체의 17.5%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는 레스토랑 주방을 단일 목적의 비용 센터에서 다중 브랜드를 운영하는 '수익 창출 플랫폼'으로 전환시킨 성공적인 사례다.


  • 제2의 길: 경험의 정점 - 철학, 예술을 요리하다

  • 기술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동안, 다른 한 극단에서는 레스토랑을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닌, 철학과 예술, 그리고 목적의식을 체험하는 무대로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가치'는 희소한 식재료가 아닌, 독창적인 경험과 브랜드의 진정성에서 나온다.

  • 사례 1: 쓰레기 없는 레스토랑, '사일로'

  • 런던의 '사일로(Silo)'는 '쓰레기통 없는 레스토랑'이라는 철학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에 두었다. 이들은 공급망부터 재설계해 모든 식자재를 재사용 용기에 받고 , 레스토랑 내에서 밀을 제분하며, 채소 자투리는 발효시켜 복합적인 맛의 소스(가룸)로 재탄생시킨다. 재생 식품 포장재로 만든 테이블, 비닐봉지로 만든 접시는 브랜드의 가치를 고객이 직접 만지고 느끼게 한다. '쓰레기통'이라는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전략적 제약'은 이들을 영구적인 혁신 상태로 몰아넣고, 이 혁신 자체가 모방 불가능한 경쟁 우위가 된다. 주방의 운영 과정(back-of-house)이 곧 브랜드의 스토리이자 고객 경험(front-of-house)이 되는 궁극의 융합을 보여준다.

  • 사례 2: 식물성 럭셔리의 재정의, '일레븐 매디슨 파크'

  •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히던 뉴욕의 '일레븐 매디슨 파크(EMP)'는 푸아그라, 랍스터 같은 전통적 고급 식재료를 모두 포기하고 100% 식물성 메뉴로 전환하는 급진적 실험을 단행했다. 이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셰프의 철학적 결단이었다. 초기에는 비평가들의 혹평과 예약 급감이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 이들은 럭셔리의 가치를 '원재료의 비용'이 아닌, '채소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R&D와 지적 재산'으로 재정의하려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식물성 레스토랑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다시 획득하며, 파인 다이닝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주도하는 데 성공했다.

  • 사례 3: 총체적 요리의 장관, '알케미스트'

  • 코펜하겐의 '알케미스트(Alchemist)'는 외식업이 '경험 경제'의 정점에서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인당 약 775달러에 달하는 이곳의 식사는 4~6시간 동안 50가지의 '인상(impressions)'으로 구성된 연극과 같다. 거대한 플라네타리움 돔 스크린 아래에서 ,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거나 장기 기증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음식을 맛본다. 이곳은 다른 레스토랑이 아닌 브로드웨이 쇼나 콘서트와 경쟁하며 , 의도적으로 복제 불가능하게 설계된 독창성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다.



  • 결론: 양극단에서 길을 찾아라

  • 글로벌 외식 산업의 미래는 '효율성'과 '경험'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자석에 이끌리고 있다. 칼리익스프레스와 도그 하우스는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운영의 정의를 바꾸고 있으며, 사일로와 알케미스트는 철학과 예술로 경험의 가치를 재창조한다.이들의 성공은 공통적으로 '급진적 집중(Radical Focus)'을 가리킨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운영 방식 자체가 브랜드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증명한다. 미래의 레스토랑 경영자들은 두 극단 중 어느 길을 갈 것인지 명확히 선택해야 한다. 기술로 압도적인 편리함을 제공하거나,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감성적 경험을 선사하거나. 이 두 길 사이의 어중간한 지점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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