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3시 27분. 강민준은 홀이 아닌 주방 한구석의 작은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주방 바닥에 불이 났던 그 유휴 공간이었다. 이곳은 뷔페 품목을 축소하면서 버려진 공간으로, 낡은 냉장고와 박스만 쌓여있었다. 이 공간의 크기는 약 5평. 월 임대료 800만 원 중, 이 5평이 매달 20만 원의 비용을 허비하고 있었다.
“5평짜리 공간을 수익 파이프로 만들겠다.” 민준의 목표는 명확했다.
그는 김 주방장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주방장님, 오늘부터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주방을 '밀키트 제조 공간'으로 활용하겠습니다. '투고(To-Go) 프로젝트'입니다.”
“밀키트요? 저희가요? 어떻게 장사합니까? 장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김 주방장은 미심쩍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는 매일 아침 고기를 썰고 양념에 재웁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고기'나 '오늘 소진되지 않은 신선한 고기 재고'가 늘 남습니다. 기존에는 이 재고를 내일 장사에 쓰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죠. 하지만 투고 프로젝트는 이 고기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꿔줄 겁니다.”
민준이 구상한 밀키트는 세 가지였다.
1. '강민준 특제 양념 소갈비 밀키트': 리필 메뉴로 인기가 높았던 소갈비 양념을 소분하여 포장.
2. '자투리 고기 볶음밥 키트': 리필용 고기 썰고 남은 자투리 고기와 뷔페 축소로 남은 김치, 야채 등을 활용하여 원가를 극도로 낮춤.
3. '특제 명품 비빔 막국수 키트': 유료화하여 히트 친 막국수의 면과 특제 양념을 패키지화.
“고깃집 영업시간이 끝난 후, 이 유휴 공간을 '팩킹 스테이션'으로 만들 겁니다. 이 시간대는 인건비가 나가는 시간이 아닙니다. 주방장님과 저, 그리고 파트타임 직원 1명만 최소한의 시간 동안 작업하면 됩니다.”
이 계획은 세 가지 고정비 괴물을 동시에 잡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1. 원가율: 폐기 직전의 재고를 소진하여 원가율을 더욱 낮춘다.
2. 인건비: 영업시간 외에 추가 수익을 창출하여, 주방장의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한다.
3. 임대료: 놀고 있는 5평의 공간(월 20만원 비용)을 수익 창출 공간으로 전환한다.
“주방장님, 이 밀키트가 팔리면, 발생하는 순이익의 20%를 주방 인센티브로 드리겠습니다.”
김 주방장의 눈이 빛났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사장님. 제가 이 양념 키트 품질은 보장하겠습니다.”
새벽 4시. 민준과 김 주방장은 낡은 5평 공간에서 작업복을 입고 밀키트 제조를 시작했다. 포장재, 라벨, 진공 포장기 등 최소한의 장비만 들여놓은 작은 공간이었다.
민준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라벨을 붙였다. 라벨에는 ‘월 매출 1억 5천 사장님의 비법 레시피’라는 문구가 작게 인쇄되어 있었다. 이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요소였다.
첫날 새벽, 50개의 밀키트가 완성되었다.
문제는 판매였다. 가게 영업시간에는 고객들이 무한리필을 먹지 밀키트를 사지 않을 터였다. 민준은 배달 앱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제목: 새벽 3시, 대박 고깃집 사장님이 몰래 파는 비밀 레시피]
200평 매장 운영 후 남은 신선한 고기만 사용합니다. 퀄리티 유지를 위해 하루 50개 한정 판매.
오전 7시. 출근길 고객들을 겨냥하여 가게 문 앞에 작은 입간판을 세웠다. 그리고 주방에서 남는 고기를 활용한 '자투리 고기 볶음밥 키트'는 4,900원의 초저가로 설정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특히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들이 이 밀키트에 열광했다. 신선하고, 이미 양념이 되어있어 조리가 간편하며, 무엇보다 '대박난 고깃집 사장님의 비법'이라는 스토리가 가심비를 자극했다.
첫 주 만에 50개 한정 밀키트는 매일 오전 8시 이전에 완판되었다. 재료비와 포장비(원가율 30% 미만)를 제외한 순수익이 하루 평균 25만 원. 한 달이면 놀고 있던 새벽 시간에 750만 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민준은 주간 결산표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월 임대료 800만 원. 밀키트 순수익 (임대료 미포함): 750만 원.
이 밀키트 프로젝트는 놀고 있던 5평의 공간에서 월세의 거의 전부를 벌어다 준 것이다. 200평의 임대료는 이제 더 이상 민준의 목을 조르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마침내 고정비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민준은 곧바로 본사에 이 밀키트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전송했다. 이 새로운 사업 모델은 프랜차이즈 본사에게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기존 가맹점들의 재고 소진율을 높이고 추가 로열티를 발생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가격 출혈 경쟁을 하는 육미대왕과의 최종 승부였다. 민준은 새벽 장사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음 전략을 위한 마케팅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7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공간'과 '시간'을 활용한 고정비 타파
1. 유휴 자원의 수익화: 임대료와 감가상각이 발생하는 200평의 공간 중, 사용하지 않던 5평의 틈새 공간과, 영업시간 외의 '새벽 시간'은 사실상 숨겨진 고정비입니다. 주인공은 이를 밀키트 제조 공간으로 활용하여 '공간과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2. 재고 관리의 고도화: 밀키트는 폐기 직전의 재고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원가율 개선책입니다. 고기의 '자투리'나 '신선한 잔여 재고'를 활용하여 원가율을 30% 미만으로 낮추고, 폐기 비용을 수익으로 바꾼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3. HMR 시장과의 결합: 전통적인 외식업(F&B)이 HMR(가정 간편식) 시장과 결합하는 것은 현 시대의 메가트렌드입니다. 주인공은 200평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의 '신뢰도'를 활용하여 온라인에서 '비밀 레시피'라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성공시켰습니다. 고정비 괴물을 잡는 동시에 미래형 사업 모델까지 확보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