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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경영소설]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4화: 육미대왕의 등장과, 마진율 1%의 사투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2-15 21:19:20
  • 수정 2025-12-15 21: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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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기간 이틀. 강민준은 본사의 압박 속에서 두 번째 혁신 전략을 실행했다. 그것은 뷔페 메뉴를 줄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리미엄 사이드 유료화'라는 금기를 깨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날, 길 건너 경쟁사 '육미대왕'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육미대왕은 19,900원이 아닌 18,900원이라는 충격적인 가격표를 들고 나왔다. 단돈 1,000원의 가격 차이. 민준은 마진율 1%의 절벽 끝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시작한다."<소설로 배우는 식당경영: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본사 영업관리팀 이사에게서 받은 이틀의 유예 기간 중 첫날이 지났다. 민준은 새벽 5시, 주방장 김성일 씨와 마주 앉았다. 메탈 불판 유료화는 성공적이었지만, 매출의 기둥인 원가율 52%를 획기적으로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방장님, 우리 가게에서 원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메뉴가 뭡니까? 고기 다음으로요.”


김 주방장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단연코 특제 양념 소갈비입니다. 다른 고기보다 마리네이드(양념 재우기) 손이 훨씬 많이 가고, 숙성 과정에서 폐기도 자주 납니다. 그런데 손님들 리필 주문의 절반은 이 갈비예요.”


그렇다면, 특제 양념 소갈비를 무한리필 품목에서 빼야 할까?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무한리필 제국'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갈비를 빼는 대신, '비빔 막국수'를 유료화하겠습니다.”


“막국수요? 그것도 인기 사이드인데… 무한리필 뷔페에 포함된 거 아닙니까?” 김 주방장의 눈이 커졌다.


“뷔페에 포함된 건 볶음밥, 떡볶이, 스프 같은 분식류였습니다. 막국수와 냉면은 사실상 '준프리미엄 메뉴'였죠. 오늘부터 뷔페에서 막국수를 완전히 빼고, '특제 명품 비빔 막국수(5,000원)'라는 이름의 유료 메뉴로 전환합니다. 기존에 제공하던 막국수의 양념을 완전히 업그레이드해서요.”


이는 민준의 두 번째 혁신 전략이었다. 원가율이 높은 품목 중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은 품질을 올려 유료화하고, 고객의 이목을 끌던 원가율 낮은 품목(뷔페)은 줄여서 폐기율과 인건비를 낮춘다.


이 결정은 강한 반발을 예상케 했다. "고기 먹는데 막국수도 안 주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게 분명했다. 민준은 홀 직원들에게 비장의 무기를 쥐여주었다.


“막국수 유료화에 대해 손님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이렇게 응대하세요. ‘손님, 죄송합니다. 대신 저희 주방장이 오늘부터 고기 숙성에만 집중하여 소갈비 품질을 10% 더 올렸습니다.’


민준은 '막국수 비용을 고기 품질에 재투자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험해보는 심리전이었다.



그날 오후 5시. 민준의 가게 앞은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 그리고 길 건너편, 형광색 풍선과 요란한 팡파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육미대왕'이 오픈한 것이다.


민준은 유리창 너머로 길 건너를 지켜봤다. 육미대왕은 민준의 가게보다 인테리어가 더 고급스러웠고, 입구에는 대형 LED 화면에서 육즙 가득한 고기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매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었다.



[육미대왕] 프리미엄 무한리필 18,900원!



민준의 가게보다 단돈 1,000원이 저렴했다. 가격 민감도가 극도로 높은 무한리필 시장에서 1,000원은 고객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았다. 순식간에 육미대왕 앞에는 50미터가 넘는 대기 줄이 생겼다.


“사장님, 오늘 손님이 평소보다 40%는 줄었습니다.” 홀 매니저가 심각한 얼굴로 보고했다.


이틀 만에 월 매출 1억 5천만 원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민준의 머리가 핑 돌았다. 육미대왕이 18,900원을 제시했다면, 그들의 예상 원가율은 55%를 넘을 것이다. 즉, 그들은 '마진율 1% 미만'의 미친 가격으로 상권의 경쟁자를 모두 죽이겠다는 작전이었다. '출혈 경쟁'의 시작이었다.


민준은 당장 18,900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의 원가율은 55%를 넘어 60%에 육박할 터였다. 7억의 빚을 진 그는 단 1%의 마진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카운터로 가서 마이크를 들었다.


“잠시 안내 말씀드립니다. 오늘부로 저희 가게는 뷔페 메뉴 일부를 축소하고, '특제 명품 비빔 막국수(5,000원)'를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대신, 저희 주방은 숙성 기술을 높여 고기 품질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손님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그중 몇몇은 "옆집은 1,000원도 싼데 막국수까지 유료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바로 그때, 5번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중년 신사가 민준을 불렀다. 그는 프리미엄 메탈 불판 존에 앉아있었다.


“사장, 나는 불만 없어. 막국수 5천 원 내고 시킬 테니 빨리 가져다줘. 솔직히 저쪽 육미대왕 가봤는데, 고기 굽는 판도 별로고 정신만 없더만. 나는 1,000원 싸다고 이쪽 퀄리티 포기 못 해. 당신 가게는 2,000원을 더 받아도 올 사람들은 온다는 걸 잊지 마.


그의 말은 민준에게 섬광처럼 다가왔다. 2,000원의 반란은 단순히 진상 필터링이 아니었다. '가격 외 가치'를 선호하는 '로열티 고객'을 식별하는 작업이었다.


민준은 홀 매니저에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카운터에서 막국수를 시킨 테이블과 프리미엄 존을 이용한 고객 명단을 따로 정리하세요. 그들이 우리 가게를 살릴 겁니다.”


본사 이사에게 보낼 메일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었다. 이틀의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의 승산이 있음을 입증해야 했다. 민준은 곧바로 냉장고에 보관된 특제 명품 비빔 막국수 양념을 들고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4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가격 경쟁과 가치 경쟁의 분기점


1. 출혈 경쟁의 위험: 경쟁사 '육미대왕'이 사용한 1,000원 저렴한 가격 전략은 고정비 레버리지가 높은 민준의 가게에 치명적입니다. 무작정 가격을 따라 낮추는 것은 '제 발로 무덤에 들어가는 행위(원가율 60% 이상)'입니다.


2. 가격 vs. 가치: 주인공은 가격 경쟁에 대응하는 대신 '가치 경쟁'을 선택했습니다.


  • 3. 막국수 유료화: 고객에게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대신, '고기 품질 향상'이라는 핵심 가치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고객에게 '합리적인 교환'으로 인식될 여지를 줍니다.


  • 4. 로열티 고객 식별: 2,000원을 더 내고, 5,000원짜리 막국수를 시키는 고객은 가격보다는 편안함과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입니다. 이들은 출혈 경쟁에도 쉽게 이탈하지 않는 충성 고객(로열티 고객)이며, 민준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알짜배기 고객군'입니다.


5. 경영자의 포커스: 위기가 닥쳤을 때, 경영자는 매출이 아닌 '마진(Margin)'에 집중해야 합니다. 민준은 마진율 1%를 지키기 위해 일시적인 고객 불만을 감수하고 수익 구조를 뜯어고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 다음 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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