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매출 1억 5천. 뉴스 헤드라인 같은 숫자였다. 빚더미에 앉아있던 흙수저 30대에게 그 숫자는 곧 '자유'이자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지독한 저주였다. 매일 밤, 강민준은 장부에 찍힌 원가율 52%와 창고 가득한 재고 더미, 그리고 CCTV에 찍힌 진상 손님 영상을 보며 잠 못 이룬다. 겉만 번지르르한 '무한리필 제국'. 이제 그는 이 대박 난 매장이 사실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소설로 배우는 식당경영: 무한리필, 대박난 시한폭탄>

강민준이 가게 문을 닫고 카운터에 기대앉았을 때, 시계는 새벽 2시 1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00평에 달하는 육중한 공간은 손님들의 떠들썩한 소음이 사라진 후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의 손에 들린 커피잔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그 차가운 감각을 즐겼다. 그래야만 머리가 맑아졌다.
창업 1년 4개월. 그 기간 동안 민준의 인생은 상상 이상으로 뒤바뀌었다.
취업에 실패하고, 코인 투자로 전 재산을 날렸던 스물아홉의 흙수저. 그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부모님의 퇴직금과 정부 대출, 사채까지 끌어모아 총 7억 원을 이 매장에 쏟아부었다. 당시 유행의 정점에 있던 'L.A.갈비 무한리필' 프랜차이즈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장님, 명함 파셔야죠. 이 동네에서 사장님보다 매출 잘 나오는 식당 없을걸요?"
직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사실이었다. 넉넉한 200평 규모는 주말 저녁이면 대기표가 50번을 넘어갔다. 테이블 회전율은 마비 직전까지 돌아갔고, 고기를 썰어 나르는 주방은 항상 전쟁터였다. 월 매출 1억 5천만 원.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성공 사례'로 홍보하는 명백한 대박이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연봉 1억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숫자는 민준을 질식시키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카운터 아래 서랍을 열어 지난달 결산 장부를 꺼냈다. 굵은 빨간 펜으로 표시된 단 하나의 숫자가 민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가율(Cost Ratio): 52.3%
"젠장."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일반적인 고깃집의 목표 원가율은 35% 내외. 잘 봐줘도 40%를 넘지 않는다. 52.3%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기, 뷔페 식자재, 소스, 채소 등 손님들의 입속으로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가 창업 설명회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달랐다. '무한리필은 박리다매의 승리입니다. 저희 본사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면 원가율 45%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손님들은 돈을 낸 만큼 악착같이 먹었다. 특히 무한리필에는 삼겹살, 갈비, 목살 외에도 볶음밥, 치킨, 떡볶이, 심지어 샐러드바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다양한 품목을 신선하게 유지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다 보니 재고 관리는 지옥이었고, 조금만 삐끗하면 오래된 뷔페 음식은 통째로 폐기되었다. 폐기는 곧 순수한 마이너스였다.
원가율이 52.3%이니, 남은 47.7%가 민준의 몫이 아니다.
200평 매장의 임대료는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월 800만 원. 직원 8명의 인건비와 4대 보험료는 월 1,800만 원.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금만 월 400만 원.
여기에 본사 로열티, 마케팅 비용, 세금, 그리고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7억 원 투자금의 이자까지 합치면, 월 1억 5천만 원의 매출이 찍혀도 민준의 손에 남는 순수익은 1,2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연봉 1억'이라는 타이틀은 한 달 30일,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 매장에 갇혀 고군분투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게다가 이 수익은 '매출 1억 5천'이라는 최악의 피크를 찍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는 영상 속 사장님의 경고를 떠올렸다. “월 매출 1억 이하로 떨어지면, 우린 무조건 망합니다.”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얼마 전 길 건너편에 '육미대왕'이라는 또 다른 무한리필 고깃집이 공사를 시작했다. 겉모습은 훨씬 더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민준은 창밖을 내다봤다. 길 건너편, 건물 벽을 덮은 'GRAND OPEN' 현수막이 형광등 불빛 아래서 번쩍였다. 그의 '대박 난 시한폭탄'이 터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민준은 깊은 한숨을 쉬며 장부를 덮었다. 그는 이대로 '시스템의 노예'로 살다가, 고정비라는 괴물에게 잡아먹힐 것인지, 아니면 이 7억짜리 매장을 탈출을 위한 '도구'로 만들지 결정해야 했다. 그의 손이 핸드폰 화면에 띄워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클릭했다. 제목은 <무한리필, 원가율 40%로 낮추는 마법의 솔루션>이었다.
(2화에서 계속)
[1화] 경영 인사이트 (Behind the Scene)
💰 인사이트: 박리다매의 함정, '고정비 레버리지'의 역설
본 소설의 주인공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장사 어려움이 아닌, '고정비 레버리지(Fixed Cost Leverage)'의 위험을 보여줍니다.
높은 고정비: 넓은 평수(임대료)와 많은 직원(인건비)은 매출이 높을 때(1억 5천)는 수익을 극대화(레버리지)시켜 주지만, 매출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1억 이하) 손익분기점 아래로 급락하며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웁니다.
원가율 마비: 박리다매 전략은 판매량이 많을수록 원가 절감 효과가 커져야 합니다. 하지만 무한리필은 고객의 소비량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원가율 50%라는 마비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결론: 규모가 크고 고정비가 높은 사업은 '대박'일 때는 좋지만, 경쟁이 시작되거나 경기가 둔화될 때 '쪽박'으로 가장 빠르게 직행합니다. 주인공의 첫 번째 과제는 매출이 아닌, '고정비를 견딜 수 있는 유연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