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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픽션] 주방이 당신의 통장을 결정한다, 제5화: 7시의 교향곡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1-18 18:04:03
  • 수정 2025-11-18 18: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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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오픈 첫날. 김철수는 떨리는 손으로 '달빛한잔'의 문을 다시 열었다.


홀은 여전히 감성적이었지만, 김철수의 심장은 더 이상 홀에 있지 않았다. 그의 심장은 4.43평의 '조종석' 안에서 뛰고 있었다.


한지원이 소개해 준 새로운 알바생, '민준'이 곁에 섰다. 그는 한지원의 시스템 교육을 받은, 깨끗한 조리복을 입은 '프로'였다.



"사장님, 전처리대 세팅 끝났습니다. 화구 하부 냉장고 재료 로딩 완료했습니다."


"어... 어. 고마워."



저녁 7시.


운명처럼, 홀이 다시 만석이 되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POS기에서 1화의 그 '악몽'과 똑같은 주문서가 출력되었다.


"칙- 칙- 칙-"


[1번 테이블: 닭볶음탕 1, 파전 1]


[5번 테이블: 오뎅탕 1, 감자튀김 1]


김철수의 등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그때, 주방 입구 쪽 바 테이블에 '손님'으로 앉은 한지원이 그와 눈을 맞췄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까딱했다. '시작해.'



"민준아! 1번, 5번!"


"네!"



김철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제로 스텝.'


그는 화구(火口) 앞에 선 채, 몸을 돌리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웍을 잡고, 왼손으로 허리를 숙여 화구 '하부 서랍식 냉장고'를 열었다.


'스르륵-'


소분된 닭볶음탕 재료가 그의 손끝에 있었다.


'촤아아-'


재료가 웍에 쏟아졌다.


그사이, 민준은 [전처리대] 옆 [오뎅탕 스테이션]에서 5번 테이블의 오뎅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김철수의 '조리 동선'과 민준의 '조리 동선'은 서로 다른 라인에서 평행하게 움직였다.


부딪힐 일이 없었다.



"사장님, 파전 반죽이요!"


"조리대 2번 선반!"



파전 반죽 역시 화구에서 반 바퀴만 돌면 닿는 곳에 있었다. 김철수가 닭볶음탕 웍을 흔드는 동안, 민준은 파전 팬을 올렸다.



"사장님, 3번 테이블 퇴식 그릇이요!"



민준이 홀에서 빈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김철수의 조리 공간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퇴식 아일랜드'로 직행했다.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식기세척기에 버튼을 눌렀다.


'찰칵- 위이잉-'


'그 직원'이 일을 시작했다.


민준은 손을 씻고, 다시 '깨끗한 동선'으로 합류해 감자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주방에는 더 이상 "비켜!"라는 비명이나 "잠깐!"이라는 멈춤이 없었다.


'촤악-' (웍 돌리는 소리)


'지글지글-' (파전 익는 소리)


'탁, 탁-' (재료 써는 소리)


'위이잉-' (식기세척기 돌아가는 소리)


모든 소리가 리듬이 되어 완벽한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주문 나왔습니다! 1번, 5번!"



민준이 쟁반에 음식을 올렸다.


김철수가 시계를 봤다.


저녁 7시 6분.


1화에서 그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그 주문들이, 단 6분 만에 완성되어 홀로 나갔다.



"와, 여기 음식 왜 이렇게 빨리 나와요? 대박!"



홀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주문은 폭포수처럼 밀려들었다. 하지만 4.43평의 새로운 엔진은 그 모든 주문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뜨거운 요리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김철수는 쉴 새 없이 웍을 돌렸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지치지 않았다.


이것은 '절망'의 땀이 아니었다. '희열'의 땀이었다.


그는 문득, 바 테이블의 한지원을 바라봤다.


그녀는 김철수가 만든 닭볶음탕을 천천히 맛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주 희미하게.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에필로그에서......




[경영 인사이트 5] 효율화의 효과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나타난다. 조리 시간 10초 단축, 동선 3걸음 단축. 이 사소한 개선은 하나의 프로세스에 적용되는 순간 엄청난 '복리 효과'를 낳는다. 10초의 단축이 모여 테이블 회전율을 1회전 더 돌리고, 이는 곧바로 매출과 순이익의 '점프 업'으로 이어진다. 시스템은 그렇게 이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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