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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픽션] 포화된 상권의 마지막 한 자리, 8화. '출점파'의 역공: 자본을 등에 업은 그림자 경쟁자
  • 진익준 작가
  • 등록 2025-12-04 14:39:40
  • 수정 2025-12-04 14: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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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맞설 수 없을 때, 비겁한 리더는 뒤에 숨은 칼을 씁니다. 가장 비열한 경쟁은 '제품'이 아닌 '자본'을 무기로 사용하며, 시장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그림자 경쟁'에서 시작됩니다.




1. 3호점의 위기, 그림자 경쟁자의 등장


유행분식 3호점은 서이수의 시스템 혁신과 정우진 점주의 헌신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순이익률은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고, 배달 평점은 4.9점을 기록하며 '낙성대 헬게이트 상권'의 새로운 전설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3호점 바로 옆 공실에 새로운 간판이 걸렸다. '마스터 분식'.


경쟁사의 등장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마스터 분식'은 무언가 이상했다. 3호점의 주력 메뉴 7가지와 거의 흡사한 메뉴를 갖추고 있었으며, 심지어 3호점의 타겟 고객인 '2030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 문구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이상한 것은 가격이었다.


“서 이사님! 말이 안 됩니다. 저 집은 저희와 똑같은 품질의 재료를 쓰는데, 가격을 15%나 낮췄어요. 저희 순이익을 포기해야 가능한 가격입니다.” 정우진은 불안에 떨며 보고했다.


서이수는 즉시 '마스터 분식'의 가격 구조와 마케팅 전략을 분석했다.


“이들은 시장 점유율을 위한 '자본 투하 경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가격 구조는 장기적으로 절대 유지할 수 없습니다. 즉,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특정 매장을 죽이기 위함'에 존재합니다.”


서이수의 데이터 분석은 섬뜩한 결론에 도달했다. '마스터 분식' 뒤에는 국내 유수의 외식 브랜드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글로벌 사모펀드(PEF) '아이언 게이트'가 있었다. '아이언 게이트'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경쟁사를 철저히 밟아왔던 잔혹한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서이수가 더 주목한 것은 '아이언 게이트'와 유행분식 김 회장 간의 수상한 접점이었다.



2. 김 회장의 비열한 공모: '브랜드 가치'를 팔아 넘기다



서이수의 정보망은 곧바로 가동되었다. 그녀의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김 회장이 '아이언 게이트'와 공모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서이수에게 100일 미션에서 패배하여 권력을 잃게 될 경우를 대비해, '유행분식' 브랜드 전체를 아이언 게이트에 매각하는 사전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마스터 분식'은 서이수의 혁신 모델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방해 공작 부대'였다.


'아이언 게이트'는 3호점을 무너뜨려 서이수의 '수익의 밀도 모델'이 검증되지 않게 하고, 유행분식을 헐값에 인수한 후 다시 '물류 마진'을 극대화하여 엑시트를 노리는 계획이었다.


“김 회장은 이 브랜드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퇴직금을 확보하려 했던 겁니다. 저의 시스템이 성공하면 본사의 마진이 줄어들기에, 아예 브랜드 자체를 마진 극대화 전문가(PEF)에게 팔아 넘기려 한 것이죠.” 서이수는 분노 대신 차가운 절망을 느꼈다.


정우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결국 저희는 본사에게 이용당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본사가 불러들인 거대 자본에게 죽임을 당하는 꼴이군요.”



3. 데이터로 꿰뚫는 '밑 빠진 독'



'마스터 분식'의 등장으로 3호점의 매출은 며칠 만에 20% 이상 폭락했다. 가격을 15% 낮춘 경쟁사를 이길 방법은 없어 보였다.


"사장님. 절대로 가격을 낮추지 마십시오. 가격을 낮추는 순간, 우리는 본사의 낡은 경쟁 방식에 다시 갇히게 됩니다. 우리는 '가격'이 아닌, '가치와 신뢰'를 무기로 싸웁니다."


서이수는 '마스터 분식'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그들의 가격이 '밑 빠진 독'임을 증명하는 데이터였다.


“마스터 분식은 15%의 가격 인하를 유지하는 동안, 가맹점당 하루 50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손실을 아이언 게이트의 자본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자본을 소모하는 속도를 늦추고, 우리가 버티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서이수가 제시한 3호점의 생존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1. • 극한의 효율화: '로열티 상생 기금'으로 확보한 비용 절감액을 활용해 마진이 0%가 되는 최저 생존 가격을 계산하고, 그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2. • 가치 극대화: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배달 포장에 최고급 식자재 샘플을 소량 넣어 '가치 대비 가격이 싸다'는 인식을 강화한다.


  3. •  데이터 기반의 공격: '마스터 분식'의 가격 인하 폭이 가장 큰 시간대와 메뉴를 분석하여, 그 시간대에 3호점만의 '숨겨진 가치(예: 무료 국물 제공, 1인용 세트 증량)를 제공하여 고객 이탈을 막는다.


서이수는 정우진에게 말했다. "우리의 100일 미션은 이제 '점포 경영 정상화'를 넘어 '악의적인 자본의 공격에 맞서는 전쟁'이 되었습니다. 사장님의 버티는 힘이 본사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경영 인사이트]


'그림자 경쟁'과 자본 방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경쟁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아닌 '자본력'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특히 PEF나 기존 기득권이 연합하여 특정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가격 투하(Predatory Pricing)'를 감행할 때, 이는 공정 경쟁을 위협하는 심각한 '그림자 경쟁'이 됩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절대로 가격을 따라 낮추지 않고, 가치와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사의 '자본 소모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자신만의 최소 생존 마진을 지키는 극한의 효율성이 유일한 방어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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