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혁신은 언제나 내부의 관성과 대척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공격은 외부의 경쟁자가 아닌,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내부의 적'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들의 무기는 명분이 아니라, '규정과 절차'라는 이름의 낡은 칼날입니다.

1. 노출된 데이터, 회장실의 분노
유행분식 3호점의 홀 매출 상승 소식은 본사 회의실을 다시 한번 요동치게 했다. 특히 200만 원이라는 최소 투자로 '제3의 쉼터'라는 공간 가치를 창출했다는 사실은, 수천만 원짜리 리모델링 패키지 마진을 챙겨왔던 출점파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집무실로 박 팀장(개발팀)과 재무팀장을 불렀다. 집무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200만 원? 이사회에 보고할 리모델링 안건은 최저가 3,000만 원짜리였어! 서이수 저 여자가 우리 물류 마진을 무너뜨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인테리어 마진까지 손대겠다는 겁니까!” 김 회장이 소리쳤다.
박 팀장은 몸을 숙이며 보고했다. “회장님, 서 이사가 사용한 집기류나 자재는 모두 본사 표준품목 목록(Standard Item List)에 없는 제품들입니다. 특히 그 조명은….”
“규정 위반 아닙니까?” 김 회장이 날카롭게 물었다.
재무팀장이 망설이며 답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긴 합니다만, 서 이사는 3호점을 ‘100일 미션 실험장’으로 분리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투자한 200만 원이 이미 수익으로 회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3호점은 현재 본사 전체에서 순수익 성장률 1위입니다.”
김 회장은 책상을 내리쳤다. “성장률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본사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게 문제지! 저들이 성공하면 나머지 1,199개 가맹점들이 '20원의 마진 공개'와 '자율 인테리어'를 요구하며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우리 제국은 무너져!”
김 회장의 목표는 브랜드의 성장이 아니라 본사의 마진 유지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재무팀장에게 지시했다. “당장 서 이사가 3호점에 투입한 모든 비용 집행 내역과 그녀가 분석한 데이터 원본을 가져와. ‘영업 기밀 유출’과 ‘부당 집행’으로 엮어서 이사회에 올릴 겁니다.”
2. 서이수의 방어: 데이터 보안과 시스템의 경계
김 회장의 움직임을 예상한 서이수는 3호점에서 정우진 점주와 다음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제부터 본사 재무팀에서 3호점의 모든 비용 영수증과 데이터를 요구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투명하게 공개했던 자재 구매 내역과 직원 인센티브 지급 내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겁니다.”
“이게 왜 영업 기밀이죠? 제가 제 돈으로 제 가게를 고친 건데요?” 정우진은 이해하지 못했다.
“사장님, 사장님의 가게지만 본사의 '브랜딩 시스템'에 속해 있습니다. 김 회장에게는 '본사 승인 없는 자재 구매'와 '표준 메뉴 외 조리 시스템 변경'이 곧 규정 위반이자, 본사의 영업 기밀을 훼손한 행위가 됩니다.”
서이수는 냉철했다. 그녀는 이미 이 싸움이 '효율 대 비효율'이 아닌, '권력 대 규정'의 싸움으로 변질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염려 마십시오. 저는 이 싸움을 위해 데이터를 준비했습니다.”
서이수는 태블릿에 준비된 새로운 보고서를 정우진에게 보여줬다. 보고서의 제목은 '유행분식 3호점의 지적 자산 가치 평가'였다.
“김 회장은 제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공격할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지적 자산을 창출했다고 맞설 겁니다.”
서이수는 3호점에서 개발한 '7가지 메뉴 최적화 KOS', '1인 가구 타겟 포장 시스템', 그리고 '비용 절감 이익 공유 모델'을 모두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문서화하고 특허 출원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본사의 낡은 메뉴와 물류 시스템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수익의 밀도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김 회장에게 보낼 것입니다. 이 시스템을 '유행분식의 미래 표준'으로 인정하고 로열티 기반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3호점만의 독립된 지적 자산'으로 남아 본사의 미래를 버릴 것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3. 선전포고: 데이터는 칼이 되어 돌아온다
서이수가 김 회장에게 보낸 보고서는 본사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녀는 3호점의 성공을 단순한 매출 상승이 아닌, '새로운 표준 시스템'이라는 지적 자산(Intellectual Property)으로 묶어버렸다.
김 회장의 집무실. 그는 서이수의 보고서를 떨리는 손으로 내려놓았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사가 3호점의 성공 모델을 승인하지 않고 폐기를 강요할 경우, 본사는 3호점의 폐점과 동시에 '미래 표준 시스템'이라는 지적 자산을 영원히 잃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곧, 본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재무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서 이사의 시스템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나머지 1,199개 매장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물류 마진을 포기해야 합니다.”
김 회장의 눈빛은 탐욕과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가 지켜온 것은 프랜차이즈 왕국이 아니라, '독점 마진'이라는 그의 금고였다.
"서이수... 저 여자가 감히 내 금고를 털려 하는군." 김 회장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좋다. 시스템 전쟁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전쟁을 시작해야지."
김 회장은 보고서를 찢는 대신, 서이수의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이고 비열한 방법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경쟁 브랜드와의 공모였다.
[경영 인사이트]
규정과 지적 자산의 방어: 조직 내 혁신가가 가장 먼저 직면하는 공격은 '규정 위반'입니다. 내부의 적들은 혁신의 효율성 대신 절차적 정당성을 공격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 자체가 '단순한 개선'이 아닌, '새로운 지적 자산(IP)'임을 증명하여 혁신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서이수가 3호점의 성공 방식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문서화한 것은, 단순한 영업 기밀 방어를 넘어 본사의 경영 철학을 교체할 수 있는 법적이고 전략적인 무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