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본질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가치 이전'에 있습니다. 본사가 독점했던 그 20원의 마진을 가맹점과 고객에게 돌려주는 순간, 우리는 '가격'이 아닌 '신뢰'를 무기로 하는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1. 노출된 마진, 본사의 침묵
새로운 포장 용기 도입 후, 정우진은 며칠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본사에서 강매했던 플라스틱 용기보다 개당 20원이나 저렴한데도, 친환경적이고 기능적으로 더 우수한 용기를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지난 3년간 3호점이 본사에 지불했던 수천만 원의 '물품 대금' 속에, 본사의 부당한 마진이 얼마나 깊숙이 박혀 있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 이사님, 이 20원이... 지난 3년간 우리가 본사에 바친 로열티였군요." 정우진의 목소리는 떨렸다.
서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사장님. 본사는 '물류 독점'이라는 구조적 우위를 이용해 사장님의 수익을 빼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없애야 할 낡은 유행의 가장 핵심적인 비효율입니다."
서이수는 이 '20원의 기적'을 즉시 본사에 보고했다. 물론, 본사 회의실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특히 김 회장은 '영업 기밀 누설'이라며 서이수를 비난했고, 당장 3호점을 상대로 용기 공급 계약 위반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이수는 이미 이들의 반발을 예상했다. 그녀는 회의실에서 담담히 말했다.
"김 회장님. 저희가 지금 20원 마진 때문에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3호점이 이 20원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입니다. 3호점은 이 절감액을 가장 수익성 높은 타겟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로열티 상생 모델'의 첫걸음: 비용 절감액 공유
서이수가 제시한 다음 단계는 절감된 비용을 가맹점 내부와 고객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이는 본사가 가져야 할 '로열티'를 가맹점의 성장에 재투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었다.
"사장님. 7가지 핵심 메뉴에 대한 운영 효율화와 투명한 자재 구매로 인해, 3호점은 월평균 약 50만 원의 순수 비용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쓸까요?"
정우진은 순간 망설였다. 자신의 생활비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서이수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서이수는 제안했다. "이 50만 원을 '로열티 상생 기금'으로 명명하십시오. 그리고 이 절감액을 다음과 같이 분배합니다."
30% (15만 원): 직원 인센티브: 운영 효율화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수익의 밀도 상승 보너스'로 즉시 지급한다.
30% (15만 원): 고객 체험 개선: 배달 리뷰 이벤트, 최고 등급 재료 소량 구매 등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
40% (20만 원): 점주 순이익 증가분: 정우진 사장님의 순수 소득으로 돌린다.
정우진은 이 제안에 깊이 감동했다. "본사는 제 수익을 뺏어갔는데, 서 이사님은 절감액을 저와 직원들, 그리고 손님들과 나누라고 하시는군요. 이게 정말 상생이라는 거군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되자, 주방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직원들은 서이수가 설정한 KOS(주방 운영 시스템)를 더욱 철저히 지켰고, 단축된 조리 시간과 정확한 포장을 통해 스스로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동기 부여를 얻었다.
3. 신뢰를 파는 가게: 투명한 포장의 힘
가장 큰 변화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3호점은 절감된 비용의 일부를 '고객 체험 개선'에 투자했다.
서이수는 정우진에게 새로운 문구를 배달 포장지에 인쇄하도록 했다.
[유행분식 3호점의 약속]
저희는 비용 효율화(운영 표준화, 투명 자재 구매)를 통해 절감한 20원의 가치를 고객님께 더 나은 품질로 돌려드립니다. 이것이 저희가 가격 경쟁이 아닌, 신뢰 경쟁을 택한 이유입니다.
이 문구는 즉시 고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핵심 타겟인 1인 가구 여성 고객들은 이 투명한 메시지에 열광했다. 그들은 단지 분식집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마진을 거부하고 소비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윤리적 가치'를 구매한다고 느꼈다.
배달 리뷰에는 '이 포장 문구를 보고 신뢰가 간다', '다른 곳보다 비싸더라도 이 집을 시키겠다'는 내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 20원의 절감액이, 3호점의 '브랜드 신뢰 자산'이라는 무형의 가치로 수천 배 부풀려지는 순간이었다.
서이수는 본사에 보고했다. "3호점은 이제 '투명한 경영'을 마케팅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님이 독점했던 20원의 마진이, 3호점의 가장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이 보고를 듣고 분노 대신 두려움을 느꼈다. 3호점이 성공하면, 나머지 1,199개 가맹점도 모두 '20원의 마진 공개'를 요구하며 본사의 수익 구조가 근본부터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서이수의 프로젝트를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경영 인사이트]
'가치 이전'의 힘: 가격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수익의 밀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비용 절감액을 고객과 직원에게 '가치'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본사의 독점 마진(20원)을 포기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 3호점은 신뢰라는 강력한 무형 자산을 얻었습니다. 이 '신뢰 마케팅'은 가격 경쟁을 회피하고 충성 고객층을 형성하여 장기적인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비결입니다. 직원들에게 이익을 공유하여 오너십을 부여하는 것 역시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강력한 동기 부여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