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가격 경쟁은 패배를 예약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순간, 가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그 가치, 즉 3호점만의 '독자적 영역'을 데이터 속에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1. 텅 빈 메뉴판, 불안한 시선
메뉴판을 7가지로 줄인 지 3일째. 정우진 점주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 이사님, 메뉴를 줄이니 손님들이 망설입니다. ‘전에 팔던 오징어튀김은 없나요?’ 하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고요. 특히 배달 주문에서 이탈률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정우진의 말대로였다. 서이수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매장 내 고객의 이탈률은 10%, 배달 앱을 닫고 나가는 이탈률은 15%가량 상승했다. 고객들은 익숙했던 30가지 메뉴 사이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듯 둘러보는 재미를 잃었다.
“좋은 신호입니다, 사장님.” 서이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예? 뭐가 좋습니까? 지금 저희는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정우진이 반문했다.
“우리가 지금 잃고 있는 10~15%의 고객은, ‘가격’을 기준으로 유행분식을 선택했던 고객들입니다. 그들은 가장 저렴하거나 가장 많은 메뉴를 파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탈할 것입니다. 그들을 붙잡으려 하면, 우리는 영원히 끝없는 가격 경쟁에 갇힙니다.”
서이수는 태블릿의 데이터를 확대했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보십시오. 핵심 5가지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들의 객단가는 평균 15% 상승했고, 리뷰 평점은 0.3점 올랐습니다. 특히 조리 시간이 단축되면서 배달 평점의 주요 악재였던 ‘느린 배달’ 관련 리뷰가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서이수가 노린 핵심이었다.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버리고, ‘수익성이 높은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
“우리는 지금 ‘가치를 발견하는 고객’과 ‘가격만 쫓는 고객’을 분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텅 빈 메뉴판은 우리가 7가지 메뉴에 최고의 집중력을 쏟고 있다는 묵언의 선언입니다. 이들을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2. '데이터는 착하지 않다': 고객 타겟팅의 윤리
이후 서이수는 새로운 미션을 던졌다. 3호점의 ‘타겟 고객’을 재설정하는 것이었다.
“사장님. 3호점의 주요 고객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주변 오피스텔에 사는 1인 가구, 그리고 주말에 방문하는 가족 단위 손님들…” 정우진이 대답했다.
“사장님의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로 보십시오.” 서이수는 매장 포스 데이터, 배달 앱 리뷰, 상권 유동인구 패턴을 조합한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진짜 타겟 고객: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 1인 가구 (주문 비중 65%, 평일 저녁 집중), ‘퇴근 후 간편하지만 건강한 한 끼’를 선호.
비(非) 타겟 고객: 40대 이상 가족 단위 고객 (주문 비중 15%, 객단가는 높으나 조리 시간이 길어 다른 고객 만족도를 하락시킴).
“사장님은 주말 가족 고객을 붙잡으려 메뉴 가짓수를 늘려왔지만, 그로 인해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핵심 타겟에게 오히려 낮은 품질의 경험을 제공해 왔습니다.”
서이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이제 3호점은 ‘퇴근 후 나만을 위한 건강한 분식’이라는 브랜딩으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마케팅은 물론, 메뉴의 이름, 포장 방식, 모든 것을 이 타겟 고객에 맞춰야 합니다.”
정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모든 손님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특정 고객만 대상으로 한다는 게…”
“데이터는 착하지 않습니다, 사장님.” 서이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모든 고객을 잡으려 할 때, 아무도 잡지 못하게 됩니다. 과밀화된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우리가 누구를 위한 가게인지’를 명확히 선언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말 가족 고객에게 제공할 시간과 노력을, 가장 높은 수익을 주는 1인 가구 여성 고객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3. 새로운 KOS: 1인 가구에 최적화된 포장
서이수가 제시한 첫 번째 구체적인 솔루션은 '포장 및 배달 시스템 혁신'이었다.
“7가지 핵심 메뉴를 ‘퇴근 후 나만을 위한 분식’으로 포장하는 KOS(Kitchen Operation System)를 만듭니다.”
기존의 포장 용기는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에 국한되어 있었고, 메뉴가 섞여서 배달 품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었다. 서이수는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분리 포장'하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한 친환경 용기'를 도입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새로운 포장 용기의 가격이 본사가 강매했던 기존의 획일적인 플라스틱 용기보다 개당 20원 저렴했다는 사실이다.
“본사는 대량 구매를 미끼로 높은 마진을 붙인 획일적인 용기를 강요했습니다. 이 새로운 용기는 시장 투명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서이수는 정우진이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용기를 구매하도록 권유했다. 이는 본사의 물류 독점 시스템에 대한 첫 번째 균열이었다.
새로운 포장 시스템을 도입하자, 직원들의 조립 시간과 포장 오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운영 피로도가 낮아지고, 배달 평점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정우진은 메뉴를 버리는 고통 뒤에, 비로소 데이터가 안겨주는 달콤한 효율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효율성과 절감된 비용을 어떻게 쓸지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로열티 상생 모델’로의 대전환입니다.” 서이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5화에서 계속......
[경영 인사이트]
타겟 고객의 '가치'에 투자하라: 포화된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버리는 것'에서 시작해 '집중할 고객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다 비용만 늘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높은 순이익을 가져다주는 핵심 타겟(Core Target)을 파악하고, 그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는 데 모든 자원(메뉴, 포장, 마케팅)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곧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가치 경쟁'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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