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사장님, 그 '예쁜' 인테리어가 임대료를 내주진 않습니다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11-18 13:59:45
  • 수정 2025-11-18 14:39:36
기사수정
  • 공간을 '전략'으로 바꾸는 '좌석 테트리스'의 기술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논설위원]



"골목길 컨설턴트님, 저 가게 오픈 준비해요. 요즘 유행하는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로 할까 봐요. 조명도 좀 비싼 걸로 달고... 손님들이 사진 찍기 좋게요."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면, 저는 그분들의 눈에서 빛나는 설렘을 봅니다. 평생의 꿈을 담아 여는 첫 가게.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예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설렘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안고 조용히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사장님, 혹시 그 '예쁜' 인테리어가, 다음 달 임대료를 내주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공간은 분명 고객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공간의 '보이지 않는 본질'을 놓치곤 합니다.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가게의 흥망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외식업에서 공간은 '미학'의 영역이기 이전에, '수익'을 설계하는 '전략'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통장을 지켜줄, 공간에 대한 조금은 냉정한 진실, 바로 '좌석 테트리스'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우리가 빠지기 쉬운 '4인석'이라는 오래된 관성



이상한 일입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선 시대인데, 왜 우리가 여는 식당의 테이블은 으레 '4인석'이 기본일까요?


아마도 '4인 가족'을 표준으로 삼던 시대의 관성이 우리 손에 익어버린 탓일 겁니다.


하지만 이 '관성'이, 우리의 수익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점심 피크 타임을 상상해 보세요. 가게 앞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홀 안을 들여다보면 기묘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4인석 테이블에 2명의 손님이, 저쪽 4인석엔 1명의 손님이 앉아있습니다.


이 순간, 우리 가게는 좌석 점유율 50%, 혹은 25%의 '치명적인 손실'을 입고 있는 겁니다. 고객은 100%의 공간을 점유했지만, 우리는 25%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했으니까요. 밖에서 기다리던 2인 손님은 "왜 우린 못 들어가고 저 사람은 혼자 4인석에 앉아있지?"라는 불만을 품고 조용히 발길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2. 파리 비스트로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이 '테트리스'의 고수들은 공간을 어떻게 다룰까요?


제가 여행 중에 본 파리의 작은 비스트로들은 숨 막힐 정도로 테이블이 빽빽합니다. 옆 사람과 팔꿈치가 닿을 정도죠. '아니, 이렇게 불편하게 장사를 한다고?' 싶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공간에는 무서운 '효율'이 숨어있습니다.


그 가게들의 기본 단위는 '4인석'이 아니라, 아주 작은 '2인석 사각 테이블'입니다.


이것이 '좌석 테트리스'의 첫 번째 핵심입니다. 2인석은 '모듈(Module)'입니다.


2인 손님이 오면 2인석 하나를 내어줍니다. 4인 손님이 오면? 2인석 두 개를 붙여 4인석을 만들어 줍니다. 6인 손님이 오면 세 개를 붙이면 그만이죠. 2인석은 4인, 6인, 8인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4인석은 절대 2인석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유연성'의 차이가, 같은 20평이라도 하루에 50만 원의 매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3. 도쿄 라멘집은 1인 손님을 '환대'합니다



그럼 1인 손님은 어떻게 할까요? 도쿄의 라멘집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1인 손님을 4인석에 앉혀 공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대신 '바(Bar) 좌석'이라는 완벽한 해답을 찾았죠.


1인 손님은 이 바 좌석에 앉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식사에 집중합니다. 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유유히 떠나죠.


이것은 1인 손님을 '차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니즈에 딱 맞는 '전용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환대'한 것입니다. 그 결과, 가게는 1인 손님을 놓치지 않으면서(매출 확보), 가장 귀중한 4인석 테이블을 지켜냈습니다(효율 극대화).



4. '시간'도 공간입니다



공간은 '면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으로도 이루어집니다.


가게의 수익은 [평당 효율 x 시간당 회전율]의 공식으로 결정됩니다.


우리는 '테이블이 얼마나 빨리 비워지는가'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식당의 프로세스를 볼까요?


[착석] → [메뉴판 탐색 (5분)] → [주문 (3분)] → [조리 대기 (10분)] → [식사 (20분)]


고객이 테이블을 점유하는 이 모든 시간이 '비용'입니다.


'테트리스' 고수는 이 시간을 이렇게 바꿉니다.


[대기 중][디지털 웨이팅 + 선(先)주문] [착석] → [즉시 식사 (20분)]


보이시나요? [메뉴판 탐색]과 [조리 대기]라는 18분의 시간을 '대기열'로 빼내어 버렸습니다. 고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주방은 이미 조리를 시작합니다. 고객은 착석과 동시에 음식을 받고, 20분 만에 식사를 마칩니다.


고객은 '지루한 기다림'이 줄어 좋고, 사장은 '테이블 회전율'이 2배로 높아져 좋습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바로 이 '시간 분리' 마법의 가장 완벽한 예시입니다.



글을 마치며: 공간은 사장님의 '철학'입니다



이쯤 되면 어떤 분들은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 식당이 무슨 공장이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특히 '태블릿 오더' 같은 기술에 대해 '인간미가 없다'고 걱정하시죠.


저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태블릿 오더'는 직원을 '인간'으로 되돌려주는 가장 따뜻한 기술일 수 있습니다.


목이 터져라 "저기요!"를 외쳐야 하는 불편함, 주문이 누락되어 1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그 경험이 과연 '인간적인 정'일까요?


태블릿이 '주문'이라는 반복 노동을 대신해 주는 순간, 우리 직원들은 비로소 '로봇'에서 '호스트(Host)'가 될 수 있습니다. 주문을 받는 대신, 물이 빈 잔을 '채워'주고, 아이가 있는 테이블에 '포크'를 먼저 가져다주며, 손님의 '불편'을 살필 수 있습니다.


기술이 '효율'을 담당하는 동안, 인간은 '환대'라는 더 고차원적인 서비스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테트리스 게임을 생각해 봅니다. 실력 없는 플레이어는 블록을 아무렇게나 쌓다가, 빈 공간(낭비되는 좌석)을 주체하지 못하고 금방 '게임 오버(폐업)'가 됩니다. 하지만 고수는 다음 블록(대기 손님)을 미리 보고(선주문), 블록을 빈틈없이(2인석 모듈) 채워 넣으며 완벽하게 줄을 지워냅니다(빠른 회전율).


여러분이 지금 고르고 있는 그 벽지 색깔, 그 조명...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분 가게의 '미학'일 뿐, '전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게에 '4인석'을 놓을지, '2인석'과 '바 좌석'을 놓을지. 그 '공간 설계'가 바로 여러분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언어입니다. 부디, 당신의 공간이 '보기에만 좋은' 공간을 넘어, 당신의 꿈과 직원의 행복, 그리고 고객의 만족까지 빈틈없이 채워 넣는 '현명한 전략'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TAG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사이드 기본배너-유니세프
사이드 기본배너-국민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