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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이닝의 새로운 바람: 뉴트로, 지속가능성, 그리고 체험형 공간의 부상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6-09 18:48:58
  • 수정 2025-06-09 19: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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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화, SNS 감성 자극하는 '네오 이자카야' 열풍부터 의식 있는 소비를 반영한 '지속 가능한 미식'까지… 일본 레스토랑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심층 분석한다.



세계 미식의 중심지 일본에서 레스토랑 콘셉트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감성,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속 가능성', 그리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험형 공간'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며 일본 다이닝의 미래를 조망케 한다.


MZ세대의 취향 저격, '네오 이자카야'와 '네오 요코초'의 매력




최근 일본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단연 '네오 이자카야'와 '네오 요코초'다. 전통적인 선술집(이자카야)과 골목길 음식점 거리(요코초)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공간들은 복고풍 분위기에 세련됨을 더한 '뉴트로(Newtro)'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운다. 


교토의 '와인 바 레몬(酒場檸檬)'은 대표적인 네오 이자카야로, 빛바랜 간판과 대비되는 모던한 파란색 문, 밝고 개방적인 내부, 그리고 '레몬 마파두부'와 같은 독창적인 메뉴로 젊은 층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 독특한 디자인의 오리지널 유리잔, 그리고 부담 없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쪽접시 안주'는 네오 이자카야의 성공 공식으로 통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도쿄의 '에비스 요코초' 역시 버려졌던 쇼와 시대 상가를 리모델링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거듭났다.    


국경을 넘나드는 맛의 향연: 퓨전과 하이퍼 전문화


일본 레스토랑 업계에서는 일본 전통 요리 기법과 해외 요리를 결합한 고급 퓨전 레스토랑과 특정 식재료나 단일 메뉴에 집중하는 하이퍼 전문점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2025년 도쿄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일부 레스토랑들은 프랑스 푸아그라와 일본 간장, 사케카스(술지게미)를 결합하거나, 일본의 사계절 식재료를 중국 요리 기법과 접목하는 등 창의적인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이들은 "일관성"과 "정교한 완벽함"을 추구하며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반면, '카니도라쿠(かに道楽)'의 다양한 게 요리, '가마메시 시즈카(釜めし志津香)'의 제철 솥밥, '겐핀후구(玄品ふぐ)'의 복어 코스, '쿠시카츠 다루마(串かつだるま)'의 맞춤형 꼬치튀김과 같이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을 내세운 하이퍼 전문점들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혁신적인 조합과 깊이 있는 전문성 모두를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높은 미식 수준을 반영한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경험: 체험형 및 테마 레스토랑의 진화




이제 레스토랑은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캐릭터 카페나 판타지 테마 공간부터 전통 공연이나 다도 체험을 결합한 곳,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레스토랑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소와류(Sowa-ryu) 다도'를 경험하거나 , 교토의 고급 료칸 호시노야 교토에서 오픈 키친 셰프의 요리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가이세키를 즐기는 것은 하나의 문화 행사처럼 여겨진다.  도쿄에서는 로봇 레스토랑, 포켓몬 카페, 닌자 아카사카와 같은 몰입형 테마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 전통 배 '야카타부네(屋形船)'에서 야경과 식사를 즐기거나 스시와 다도를 함께 체험하는 공간도 주목받는다.  후쿠오카 하카타 지역의 명란젓, 라멘, 모츠나베(곱창전골) 전문점들은 그 자체로 지역 미식 문화를 체험하는 명소가 된다. 


의식 있는 소비의 시대: 지속 가능성과 '카이젠(改善)' 정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성은 일본 레스토랑 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식재료 낭비 감소, 지역 농가 상생, 친환경 식재료 사용 등이 핵심 콘셉트로 자리 잡고 있다. 2025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규격 외 토마토를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카페가 소개될 예정이며, 이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일본 식당 경영의 근간인 '카이젠(改善, 지속적인 개선)' 정신 또한 현대적으로 계승되고 있다. 품질 우선주의, 미적 표현, 고객의 필요를 미리 예측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 서비스 및 운영 방식의 끊임없는 개선, 철저한 위생 관리 등은 일본 외식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는 '사이도(SAIDO)', '아인소프(AIN SOPH.)'와 같이 맛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비건 및 채식 레스토랑의 확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술과 인간미의 조화: 로봇과 디지털 통합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서빙 로봇, 디지털 주문 시스템 등 기술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의 한 브런치 카페에서는 서빙 로봇이 손님 안내와 음식 서빙을 담당하며 ,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가스토(ガスト)'에서는 고양이 얼굴의 서빙 로봇이 활약한다.  이러한 기술 도입은 '오모테나시'로 대표되는 인간적인 접촉과의 균형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에 담긴 철학: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완성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 "재팬디(Japandi)"와 현대적 젠(Zen) 스타일: 일본의 미니멀리즘과 스칸디나비아의 기능적인 따뜻함이 결합된 "재팬디" 스타일, 그리고 현대적인 젠 미학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 소재, 차분한 색상, 단순미,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평온하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트로-모던 및 몰입형 공간: 네오 이자카야의 인기에 힘입어, 네온이나 따뜻한 백열등 조명, 쇼와 시대풍 소품 등을 활용하되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더해 몰입감 있는 레트로-모던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트렌드다. 


지속 가능한 인테리어: 재활용 또는 업사이클링 소재, 지역 조달 자연 요소, 에너지 효율적인 조명 등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확산되고 있다.  2025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재료 재활용을 시각화하거나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한 모듈형 건축 디자인이 선보일 예정이다. 


비전을 제시하는 디자이너들: 오가타 신이치로(SIMPLICITY)나 카타야마 마사미치(Wonderwall)와 같은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전통 미학에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여 독특한 다이닝 분위기를 창조하며 일본 레스토랑 디자인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미래를 향한 전망


2025 오사카 엑스포를 통해 엿볼 수 있듯, 일본 레스토랑의 미래는 식품 기술 발전, 초개인화 서비스, 강화된 지속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다이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을 특별한 기회로 여기는 '기회식화' 경향과  식도락 관광 및 기술 발전은  일본 외식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레스토랑 업계는 전통과 혁신의 조화, SNS를 통한 경험 공유, 확장된 의미의 가치 추구,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는 앞으로도 전 세계 미식가와 디자이너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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