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외식 산업 현장에서는 온라인 마케팅의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정 수준의 광고비를 투입하면 비교적 예측 가능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도 효과는 미미하고 투자 대비 수익률(ROI)은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이 상황은 단순히 특정 마케팅 채널의 효율성 저하 문제라기보다는, 외식업계를 둘러싼 거시적 환경 변화와 디지털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이 맞물린 복합적인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왜 기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가?
첫째, 외식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비롯한 여러 지표는 지난 10년간 외식 산업의 외형적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식자재비, 인건비, 임대료와 같은 전통적인 운영비용의 급등 때문만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높은 수수료, 포장재 비용 증가,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 및 유지비용 등 새로운 '디지털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이다. 마케팅을 통해 어렵게 매출을 늘려도, 높아진 비용 구조 탓에 최종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성장 없는 성장'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 경쟁의 격화는 마케팅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외식업 창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너도나도 온라인 마케팅에 뛰어들면서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 인스타그램 스폰서 광고 등 한정된 '디지털 노른자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는 광고 단가의 지속적인 상승, 즉 '마케팅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진다. 동일한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 광고 노출량이나 클릭 효율은 현저히 감소하고, 과거와 유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마치 점점 더 비싸지는 월세를 내고 좁은 공간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셋째, 영리해진 소비자의 행동 패턴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온라인상의 무분별하고 반복적인 광고 노출에 지친 소비자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광고 메시지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나 의도적인 회피 경향을 보인다. '믿고 거르는 페이스북 광고', '뒷광고 논란' 등의 신조어는 이러한 광고 불신과 진정성에 대한 갈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신 소비자들은 실제 경험에 기반을 둔 다른 소비자들의 생생한 리뷰(네이버 영수증 리뷰, 망고플레이트 후기 등), 인플루언서의 솔직한 평가, 브랜드가 직접 제공하는 가치 있는 정보나 진정성 있는 스토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단순히 '싸다', '맛있다'는 광고보다, 왜 이 음식이 특별한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넷째, 배달 플랫폼의 양면성은 외식업체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배달 앱은 분명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새로운 판매 채널이자 생존의 동아줄 역할을 했지만, 높은 수수료 부담(매출의 15~30% 수준)과 함께 고객 데이터 접근성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이터 블랙홀' 문제를 안겨주었다.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주문 데이터는 대부분 플랫폼 기업에 귀속되어, 식당 주인은 정작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선호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는 레스토랑이 자체적으로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 충성도를 높이며,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데 큰 제약으로 작용하며, 결국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전략적 전환의 필요성
한국 외식업계가 직면한 이러한 구조적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기적 성과 위주,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 접근법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핵심은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며,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장기적 관점으로의 전환이다.
1. 자체 접점 구축을 통한 고객 관계 주도권 확보
이제 외식업체들은 배달 플랫폼이나 네이버, 인스타그램과 같은 거대 플랫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체 앱, 웹사이트(온라인 주문 시스템 포함), 카카오톡 채널, 멤버십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구축하여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꾸준히 성장하는 한 중견 한식 프랜차이즈 'A'는 자체 주문 앱을 개발하고 앱 전용 할인 쿠폰, 스탬프 적립 등 멤버십 혜택을 강화했다. 초기 개발 및 홍보비용이 들었지만, 현재 전체 배달 주문의 40% 이상이 자체 앱을 통해 발생하여 연간 수억 원의 플랫폼 수수료를 절감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확보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 메뉴 출시 알림, 생일 쿠폰 발송 등 개인화된 마케팅을 통해 재방문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확보된 고객 데이터는 단순한 연락처 목록이 아니라, 고객의 주문 주기, 선호 메뉴, 시간대별 이용 패턴 등을 파악하여 '단골 관리'를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2. 콘텐츠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스토리텔링 강화
단순 광고의 효과가 감소하는 환경에서는, 잠재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나 흥미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를 구축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히 메뉴 사진과 가격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우리 가게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달해야 한다.
서울 연남동의 작은 파스타 가게 'B'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순히 음식을 홍보하는 대신, 매주 시장에서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고르는 과정, 파스타 면을 직접 반죽하고 뽑는 모습, 주방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 셰프의 요리 철학 등을 꾸준히 공유했다. 화려한 영상은 아니지만 진솔하고 꾸준한 콘텐츠는 고객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곳',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별도의 광고 없이도 '가보고 싶은 식당'으로 입소문이 나며 예약 문의가 끊이지 않게 되었다. 음식에 담긴 철학, 재료 선택의 고집, 셰프의 열정, 매장 분위기, 지역 농가와의 상생 스토리 등은 훌륭한 콘텐츠 소재가 될 수 있다.
3. 커뮤니티 기반의 참여형 마케팅 활성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을 넘어, 고객들이 브랜드 경험을 능동적으로 공유하고 참여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도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동네 피자 가게 'C'는 '우리 동네 피자 사진 콘테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우수작을 매장 내에 전시하며 소통한다. 또한, 지역 아동센터에 정기적으로 피자를 후원하고 이 소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며 지역 사회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신 메뉴 아이디어 공모전, 단골 고객 대상의 소규모 쿠킹 클래스, 특정 메뉴 팬클럽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함께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광고비용 투입 대비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진정한 '브랜드 옹호자(Brand Advocate)'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4. 데이터 기반의 정밀 마케팅 고도화
'감'에 의존한 마케팅이나 무분별한 광고 집행 대신, 수집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최적화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광고 노출 수나 클릭 수가 아닌, 실제 매장 방문율, 주문 전환율, 객단가, 고객생애가치(CLV) 등 비즈니스 성과와 직결되는 지표를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배달 전문 떡볶이 프랜차이즈 'D'는 자체 앱과 POS 시스템에서 수집된 주문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지역 대학생 고객들이 시험 기간에 야식으로 떡볶이와 튀김 세트를 자주 주문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험 기간에 해당 지역 대학생들에게만 맞춤형 할인 쿠폰을 앱 푸시 알림으로 발송하는 '핀셋 마케팅'을 실행하여, 해당 기간 동안의 타깃 그룹 매출을 2.5배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중소 외식업체들도 비교적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자동화 툴(예: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자동 발송)과 CRM(고객 관계 관리)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도입하여,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스마트 마케팅'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적응과 혁신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외식업계가 체감하는 온라인 마케팅의 위기는 단순한 전술적 조정이나 예산 증액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외식업체들이 과거의 플랫폼 의존적인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고객과의 직접적이고 깊이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의 파도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는 외식 브랜드들은, 플랫폼을 단순히 광고판이나 주문 채널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도구 중 하나로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궁극적으로는 자체적인 디지털 역량(Direct-to-Consumer 채널, 데이터 분석 능력)과 강력한 브랜드 자산(스토리, 커뮤니티, 충성 고객)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고민과 노력, 투자를 요구하는 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부 환경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것이다.
마케팅 환경의 변화는 언제나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나 익숙한 방법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소비자의 욕구와 기술 변화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창의적인 해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외식업체만이 치열한 경쟁의 파고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플랫폼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넘어, 진정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고 고객과 직접 만나는 '새로운 성장 항로'를 개척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