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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사장과 흥하는 사장의 결정적 차이: ‘자기 이해력’
  • 진익준 논설위원
  • 등록 2025-09-06 10:51:44
  • 수정 2025-09-06 11: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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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탐험가'인가, '운영자'인가
  • 당신의 성향을 알려주는 간편 지도, MBTI
  • 더 정밀한 자기 분석 GPS, BIG5

[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


  • 그 많던 치킨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좋은 점 하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분들을 자주 만난다는 겁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의 원대한 사업 계획을 펼쳐 보일 때면, 저 역시 덩달아 가슴이 뛰곤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몇 년 뒤 그분들의 소식을 들어보면 사업을 접었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우리는 보통 그 원인을 아이템이나 상권, 혹은 자본금 같은 외부 요인에서 찾으려 합니다. "역시 아이템이 별로였어", "목이 안 좋았지" 하면서 말입니다.

    • 정말 그럴까요? 저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는 왜 실패의 원인을 바깥에서만 찾을까요? 혹시 문제의 핵심이 사업 계획서 가장 첫 페이지에, 바로 그 대표자 이름 석 자에 새겨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 대한민국 자영업의 역사는 '아이템 전쟁'의 역사와 같습니다. 한때는 대만 카스텔라가, 얼마 전에는 마라탕과 탕후루가 거리를 뒤덮었습니다. 마치 모두에게 똑같은 등산화를 나눠주고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누가 먼저 오르나 경쟁시키는 것과 같죠. 

    • 하지만 여러분,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다릅니다. 어떤 발은 단거리 질주에, 어떤 발은 장거리 행군에 더 적합합니다. 성공적인 등반은 정상의 높이가 아니라, 내 발에 꼭 맞는 등산화를 신는 것에서 시작하는 법입니다.

    • 오늘 저는 여러분이 창업 전 쓰는 사업 계획서보다 먼저, 여러분 자신의 '사용 설명서'를 써보자고 제안하려 합니다. 이름하여 '성격 스펙' 확인법입니다. 당신의 성공 DNA는 무엇이고, 실패의 알고리즘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 당신은 '탐험가'인가, '운영자'인가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창업가가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각각 '탐험가''운영자'라고 부릅니다.
    • 탐험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없던 메뉴를 만들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컨셉의 공간을 꾸밉니다. 그들의 무기는 창의성과 비전입니다. 반면, 운영자는 이미 검증된 길을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가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잘 닦인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하며 목적지에 정확히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들의 무기는 성실함과 시스템입니다.

    • 문제는 대부분의 예비 창업가들이 자신이 탐험가인지 운영자인지 모른 채, 그저 유행이라는 나침반 하나만 들고 정글로 뛰어든다는 데 있습니다. 탐험가에게 시스템화된 프랜차이즈 매뉴얼은 숨 막히는 족쇄일 뿐이고, 운영자에게 백지상태의 독립 창업은 망망대해에 던져진 쪽배와 같습니다. 그러니 어찌 실패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그렇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심리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제법 쓸 만한 지도가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안갯속을 헤맬 때 방향을 알려주는 가로등 정도는 되어줄 겁니다.


  • 당신의 성향을 알려주는 간편 지도, MBTI

    • MBTI, 요즘 아주 유행이죠? 혈액형 성격론보다는 백 배쯤 과학적이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꽤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 복잡한 알파벳 조합을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창업과 관련해서는 딱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충분합니다. 바로 J(판단형)와 P(인식형), 그리고 S(감각형)와 N(직관형)의 차이입니다.

    • 첫째, J(판단형)와 P(인식형)의 갈림길: 프랜차이즈 vs 독립 창업

    • 쉽게 말해 J는 '계획과 질서의 세계'에, P는 '자율과 가능성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 J(판단형)는 계획을 세우고, 규칙을 따르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이들에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내려오는 수백 페이지짜리 운영 매뉴얼은 '족쇄'가 아니라 '성공 비법서'입니다. 정해진 레시피, 통일된 인테리어, 검증된 마케팅 방식은 이들에게 최고의 무기입니다. 만약 당신이 여행 갈 때 분 단위로 계획을 짜고, 정리정돈이 안 된 책상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J 성향이라면, 이미 성공 공식이 짜여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

    • 반면 P(인식형)는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계획보다 즉흥적인 대응을 선호하고, 규칙보다는 가능성을 탐험하는 데서 희열을 느낍니다. 이들에게 프랜차이즈 매뉴얼은 창의성을 억압하는 '악의 축'일 뿐입니다. P 성향의 사장님은 어제 잘 팔리던 메뉴를 오늘 아침 기분에 따라 빼버릴 수도 있고, 손님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신메뉴를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프랜차이즈를 하면 본사와 싸우다 1년을 다 보낼 겁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만의 왕국, 즉 독립 레스토랑을 세워야 합니다.

    • 둘째, S(감각형)와 N(직관형)의 갈림길: 전통 맛집 vs 컨셉 맛집

    • S와 N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S는 '현재와 현실'을, N은 '미래와 가능성'을 봅니다.
    • S(감각형)는 오감을 통해 현실을 파악합니다. 이들은 구체적이고 검증된 사실을 신뢰합니다. 이런 분들이 레스토랑을 한다면, 뜬구름 잡는 컨셉보다는 '3대째 내려오는 비법 육수'나 '최상급 한우'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팩트'로 승부하는 전통 맛집에 강점을 보입니다. 한결같은 맛과 서비스, 바로 S 성향의 힘입니다.

    • 반면 N(직관형)은 사실 너머의 의미와 스토리를 봅니다. 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냥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공정무역 원두를 통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스토리를 팝니다. 그냥 밥을 파는 게 아니라, '할머니의 손맛으로 위로를 전하는 공간'이라는 컨셉을 팝니다. 이런 분들은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을 둘러싼 경험과 브랜드를 만드는 컨셉 맛집에 탁월한 재능을 보입니다.


  • 더 정밀한 자기 분석 GPS, BIG5

    • MBTI가 동서남북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BIG5 모델은 당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찍어주는 GPS와 같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신뢰받는 이 모델은 5가지 차원으로 우리의 성격을 설명합니다.

    • 1. 개방성 (Openness): 당신의 창의력 엔진

      • '세상에 없던 맛집'을 꿈꾼다면 이 개방성 점수가 높아야 합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시도를 즐깁니다. 퓨전 레스토랑, 오마카세, 팝업 스토어 등은 이들의 놀이터입니다. 반면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익숙하고 검증된 것을 선호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전통적인 국밥집이나 안정적인 프랜차이즈가 훨씬 마음 편한 선택지입니다.

    • 2. 성실성 (Conscientiousness): 당신의 실행력 배터리

      • 요식업에서 이 '성실성' 점수는 거의 무조건 높을수록 좋습니다. 재고 관리, 위생, 원가 계산, 직원 근태 등 레스토랑 운영은 성실함의 연속입니다. 특히 프랜차이즈처럼 시스템을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곳에서는 성실성이 곧 성공의 보증수표입니다.

    • 3. 정서적 안정성 (Emotional Stability): 당신의 정신적 HP

      • 자, 이것이 독립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스펙'입니다. 정서적 안정성은 스트레스와 압박을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나타냅니다. 독립 창업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위기의 연속입니다. 갑자기 주방장이 그만두고, 진상 손님이 나타나고, 매출은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이때 정서적 안정성이 높은 '강철 멘탈'의 소유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만, 이 수치가 낮은 사람은 쉽게 무너져 내립니다. 만약 자신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면(정서적 안정성이 낮다면), 본사의 지원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는 프랜차이즈가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 나머지 외향성친화성은 업종 선택과 관련이 깊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분들은 손님과 직접 소통하는 작은 바나 펍이, 혼자 집중하며 에너지를 얻는 내향적인 분들은 배달 전문점이나 로스터리 카페가 더 적합하겠죠.


  • 나를 아는 것이 최고의 비즈니스 전략이다

    •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성공적인 창업은 나를 세상의 유행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기회 중에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무대를 찾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 그러니 지금 당장 사업 계획서를 잠시 덮어두십시오. 대신, 조용한 카페에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인가, 즉흥적인 사람인가? 나는 검증된 길을 선호하는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은가? 나는 스트레스를 즐기는 편인가, 피하고 싶은 편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수천만 원짜리 컨설팅보다 더 값진 통찰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내가 탐험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부족한 운영 능력을 채워줄 꼼꼼한 동업자를 찾으십시오. 내가 안정적인 운영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트렌드를 읽어줄 젊고 감각적인 직원을 곁에 두십시오.

    • 성공적인 창업은 나 자신을 완벽하게 개조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라는 사람이 어떤 무기를 가졌고 어떤 약점을 가졌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내가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전쟁터를 선택하는 지혜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큰 리스크인 '나 자신'이라는 기업부터 먼저 분석하십시오. 그것이 가장 확실한 성공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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