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정보=진익준 ]
혹시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최고급 원두로 바꿨는데 왜 커피 매출은 그대로일까?", "야심 차게 신메뉴를 10개나 출시했는데 왜 손님들은 늘 먹던 것만 주문할까?" 우리는 더 좋은 재료, 더 완벽한 레시피, 더 친절한 서비스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 애씁니다. 하지만 매출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는 주방이 아닌, 바로 손님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는 재료비 한 푼 올리지 않고, 신메뉴를 개발하지 않고도, 오직 손님의 마음을 섬세하게 파고드는 것만으로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 비밀의 무대는 바로 우리 매장 한편에 묵묵히 서 있는 키오스크와 테이블 오더입니다. 이 디지털 기기를 단순한 ‘주문기’가 아닌, 최고의 ‘매출 전략가’로 변신시킬 시간입니다.
사장님들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손님이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메뉴가 50가지가 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이는 고객에게 ‘결정 장애’라는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일입니다.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게으릅니다. 특히 하루 일과에 지쳐 배고픈 상태로 식당을 찾은 손님의 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수많은 메뉴 앞에서 ‘무엇을 먹어야 가장 만족스러울까?’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죠. 이 ‘결정 피로’ 상태에 빠진 고객은 결국 모험을 포기하고 가장 안전한 선택, 즉 늘 먹던 메뉴나 가장 저렴한 메뉴를 고르게 됩니다. 사장님의 야심작은 메뉴판 구석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죠.
▶ 키오스크 솔루션
‘백과사전’이 아닌 ‘큐레이터’가 되십시오. 키오스크 첫 화면에 모든 메뉴를 나열하는 대신, “사장님 강력 추천! BEST 3”나 “고민 없이 주문하는 완벽 세트”처럼 선택지를 3~4개 이내로 과감하게 줄여 제시하십시오. 이는 고객의 고민을 덜어주는 ‘배려’인 동시에, 우리가 팔고 싶은 고수익 메뉴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가장 확실한 ‘설계’입니다.
혹시 백화점 명품관 바로 옆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 매장이 있는 이유를 아십니까?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보고 난 뒤에는 십만 원짜리 지갑이 대단히 합리적인 소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합니다. 처음 본 가격이나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의 판단을 지배하는 것이죠.
여기에 ‘손실 회피(Loss Aversion)’ 심리를 곁들이면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는 기쁨보다, 가진 것을 잃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고통을 훨씬 크게 느낍니다.
▶ 키오스크 솔루션
가장 비싼 메뉴를 가장 먼저 보여주십시오. 8만 원짜리 ‘프리미엄 커플 세트’를 메뉴판 최상단에 배치하십시오. 실제로 이 메뉴가 많이 팔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8만 원이라는 가격이 고객의 머릿속에 ‘기준점’으로 박히는 순간, 바로 밑에 있는 4만 원짜리 ‘스페셜 세트’는 놀랍도록 가성비 좋은 메뉴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득이 아닌, 손실을 강조하십시오. “세트 구매 시 2,000원 할인”이라는 문구 대신, “단품으로 주문해 2,000원을 손해 보시겠습니까?” 혹은 “2,000원을 절약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고 표현을 바꿔보십시오. ‘할인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피하려는 심리가 작동해 고객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세트 메뉴 버튼을 누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왜 스마트폰 앱의 수많은 알림 설정을 바꾸지 않고 그냥 쓸까요? 귀찮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미리 설정된 ‘기본값(Default)’을 그대로 따르려는 강력한 관성을 가집니다. 이를 바꾸는 데는 아주 작은 ‘생각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지친 뇌는 그마저도 아끼고 싶어 합니다.
▶ 키오스크 솔루션: 고객이 선택할 모든 경로에 ‘가장 이로운 기본값’을 미리 깔아두십시오. 스테이크 메뉴를 선택하면 사이드 메뉴는 가장 마진이 좋은 ‘구운 채소’가 자동으로 선택되게 하고, 파스타를 고르면 ‘에이드’가 기본 음료로 설정되게 하십시오. 고객이 굳이 다른 메뉴로 바꾸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 한, 우리의 의도대로 주문은 흘러가게 됩니다. 이는 고객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의 과정을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똑똑한 장치입니다.
사장님, 오늘 퇴근 후 매장의 키오스크를 고객의 입장에서 직접 한번 사용해보십시오. 과연 이 기계가 고객의 고민을 덜어주며 친절하게 지갑을 열도록 안내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차가운 화면으로 고객의 머리만 아프게 하고 있습니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화면 구성 하나, 문구 하나, 버튼 위치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고객의 심리를 먼저 읽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자가, 결국 마지막에 고객의 지갑을 얻게 될 것입니다. 주방에서의 열정만큼이나, 이제는 화면 앞에서의 섬세한 심리 설계가 필요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