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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가슴에 새긴 어머니의 조리복”
  • 안형상 기자
  • 등록 2025-07-18 04: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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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제니, 세프가 되기로 결심하다… 떠나는 날, 다시 시작을 꿈꾸다
  • 글로벌외식정보

글로벌외식정보 | 안형상 기자



“나는 제니예요. 호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엄마가 세상을 떠났어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었어요.”

고요한 호주의 병동 어딘가에서 인명을 살피며 묵묵히 일해온 한 여성. 그녀의 이름은 제니 정(34). 누구보다 성실하고 헌신적인 간호사였던 그녀가, 최근 큰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것은 곧 그녀의 심장을 뛰게 하고, 영혼을 흔든 ‘엄마’의 존재였다.


■ “12월, 엄마를 호주에 모시고 싶었어요”

제니는 올해 12월, 어머니를 호주에 초대할 계획이었다.

큰병원의 간호사 팀장으로 있는 나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수술복을 입고 환자 곁을 지키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모든 기대는 갑작스런 비보로 산산이 흩어졌다.

“사망신고, 장례, 보험처리… 모든 걸 제가 다 해야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들,
그 모든 고통이 저를 할퀴었어요.”


사진= 어머니의 생선모습 왼쪽부터(故人 이미경 한식분과 위원장). 안형상 이사장, 이복순대표, 라연화대표.


■ 한식의 거장이었던 ‘엄마’,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

그녀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한식 셰프였다.
한 평생을 한식을 사랑하며, 봉사하며 불 앞에서 살았다.
남들이 쉬는 날에도 한식 전통의 맛을 지켜냈고,
지난해엔 호주에 방문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요리 시연을 직접 이끌기도 했다.
그때 제니는 엄마의 통역을 맡으며, 어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한국의 맛’을 외국인들에게 전했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조리기능장 자격증을 꼭 따고 싶어 하셨어요.
그게 엄마의 유일한 소원이었어요.
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셨어요.”

제니는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지금, 엄마의 조리복을 꺼내 들고 있다.
그리고 결심한다.

“제가… 엄마의 길을 가보려 해요.
호주에 돌아가면 틈틈이 한식을 연습하고
먼저 한식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가 못다 이룬 조리기능장을 합격해서 엄마의 꿈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언젠가는… 훌륭한 셰프가 되고 싶어요.”


■ 간호사와 셰프, 두 갈래 길에서의 갈등

제니는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호주로 갔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호주로 돌아가 계속 간호사로서의 삶을 이어갈 것인지.

그녀의 짐가방은 아직도 덜 싸여 있다.
떠나야 하는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하지만 그 하루가 그녀에게는 한 평생을 다시 정비할 시간이기도 하다.

“엄마가 떠난 후… 저는 많이 달라졌어요.
한때 나이팅게일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처럼, 사람들의 영혼에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하고 싶어요.”


사진= 앞쪽 제니 정(정영빈)


■ “나는 강한 여자야. 와일드처럼.”

제니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와일드(Wild)의 셰릴 스트레이드를 좋아해요.
그리고 ‘아웃랜더’ 속 클레어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그 여자, 여행을 떠나다’의 김미라처럼,
저도 제 인생을 위해 떠나려 해요.
마지막으로…
‘어느 날 나는 떠났다’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 저는 나의 길을 향해 떠나고 있어요.”

엄마의 꿈을 이으려는 간호사 제니.
그녀는 오늘,
가장 소중한 유산을 가슴에 안고 다시 호주로 향한다.

그 유산이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그 꿈은
앞으로 그녀의 손끝에서 요리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글로벌 외식정보 안형상기자

ahnhs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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