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창업 경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잘 알려진 브랜드 인지도, 검증된 운영 시스템, 본사의 체계적인 지원 등은 예비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가맹본부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맹점 사업자의 자본과 노동력을 결합하여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이다. 가맹본부는 상표 사용권, 경영 기법, 교육 등을 제공하고, 가맹점 사업자는 이에 대한 대가(가맹금)를 지불하며 정해진 품질 기준과 운영 방식을 따른다. 이러한 계약 관계를 통해 가맹본부는 적은 자본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가맹점 사업자는 비교적 낮은 위험 부담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등록되어 있어(2021년 말 기준 11,218개 브랜드 , 2022년 말 기준 11,844개 브랜드 ), 예비 창업자에게는 신중하고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프랜차이즈가 상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획형 프랜차이즈'로 불리는 모델은 가맹점 사업자의 성공보다는 가맹본부의 단기적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모델은 가맹점의 장기적인 운영 성공이나 지속적인 지원보다는 초기 가맹비, 인테리어 공사 마진, 초도 물품 판매 등 가맹점 개설 시 발생하는 수익(개설 마진)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한 기존 브랜드를 모방한 '미투(me-too)' 브랜드를 급조하거나 , 특정 아이템의 유행이 끝나면 가맹점 모집이 어려워지고, 본사 매출 증대를 위해 기존 사업과 무관한 새로운 브랜드를 급하게 기획하여 가맹점을 모집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기획형 프랜차이즈 확산의 경제적 배경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주로 경기가 불황일 때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때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낮은 진입 장벽과 빠른 성공 가능성을 내세워 예비 창업자들을 유인한다. 특히 사업 경험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이들이 단기적인 수익 약속에 현혹되기 쉽다.
실제로 2010년 2,500여 개였던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2016년에는 두 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기획형 프랜차이즈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2020년 상반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창업 기업 수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도피성 창업'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취약성을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교묘하게 파고든다. 낮은 진입 장벽 과 공격적인 가맹점 모집 은 당장 수입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은 위험 신호를 간과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번성하는 역설적인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어려운 시기에 창업을 모색하는 취약한 예비 창업자들을 먹잇감으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의 급증이 반드시 시장의 건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획형 모델의 확산을 경계해야 할 신호일 수 있다.
기획형 프랜차이즈의 특징과 위험 신호
기획형 프랜차이즈와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를 구분하는 핵심적인 차이는 사업 모델과 주 수익원에 있다.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의 지속적인 성공보다는 가맹본부의 단기적인 이익 확보에 집중한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초기 가맹비, 인테리어 공사 및 설비 판매 마진, 초도 물품 공급 등 가맹점 개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크게 편중되어 있다. 심지어 가맹점 모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초기 로열티를 매우 낮게 책정하거나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장기적인 가맹점 지원과 관리보다는 일단 가맹점을 개설시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급급하다는 방증이다.
운영상의 특징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운영 방식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시장 상황이나 상권 분석, 가맹점 간의 영업권 중복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확장하는 '치고 빠지기'식 행태를 보인다. 이는 단기간에 외형을 부풀려 추가 가맹점주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으나, 결국 과당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준다.
판매 및 마케팅 전략 (기획부동산과의 유사성)
기획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모집 방식은 종종 악명 높은 '기획부동산'의 사기 수법과 유사점을 보인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싼값에 매입한 뒤, 허위·과장 광고와 다단계 판매 방식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분을 쪼개 비싸게 팔아넘기는 수법을 사용한다. 기획형 프랜차이즈 역시 이와 유사하게 공격적이고 때로는 기만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한다.
가장 흔한 피해는 약속된 수준의 매출이나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은 종종 과장되거나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 실제 운영 결과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평균 매출액은 개별 점포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이다.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식자재, 부자재, 포장재 등을 강제로 구매하도록 요구하면서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책정하여 폭리(차액가맹금)를 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심지어 냅킨, 박스, 컵 등 품질과 무관한 공산품까지 비싸게 강매하기도 한다. 또한, 초기 인테리어나 설비 비용을 과도하게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인테리어 비용이 최대 43.7%까지 부풀려진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도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광고·판촉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여 가맹점주의 퇴로를 막는 경우도 있다.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개설 이후 약속했던 지원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부재로 가맹점주가 운영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거나 , 슈퍼바이저의 방문이 형식적이거나 아예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인 경영 지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매출 부진 등 어려움을 겪을 때 본사의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맹점주는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본사의 부실한 품질 관리는 브랜드 전체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비효율적이거나 불안정한 물류 시스템은 원활한 재료 공급을 방해하고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하며 , 이는 결국 가맹점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가맹본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갑질' 행위를 하기도 한다.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필수품목 외의 물품 구매를 강요(물품 강매, 밀어내기)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가맹점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항(예: 가격 결정권 제한, 거래 상대방 제한)을 두거나 ,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맹점주가 본사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 해지를 무기로 압박하거나 , 심지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여 가맹점주를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광고비 등 가맹점주가 부담한 비용의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불신과 분쟁의 원인이 된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단기 이익에만 몰두하여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맹본부나 경영진의 불법·탈법 행위, 사회적 물의 등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오너 리스크'이다. 000000 전 회장의 성추행 사건 , 00000 회장의 갑질 및 횡령 의혹 , 000 창업주의 성폭행 시도 및 횡령 혐의 , 00치킨 임원의 직원 폭행 관련 논란 등은 가맹점 매출 급감과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애꿎은 가맹점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가맹점주는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사의 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맹점 확장이 한계에 부딪히면 기획형 프랜차이즈 본사는 해당 브랜드를 쉽게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는 경향이 있어 , 기존 가맹점들은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될 위험에 처한다.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약속과 다른 저품질의 원부자재를 공급하거나 , 특정 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도록 강제하면서 부당한 이익(일명 '통행세')을 챙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000 가맹본부는 약속했던 고급 차돌박이 대신 저렴한 차돌양지를 공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 00000는 기존에 사용하던 우유와 성분 차이가 거의 없는 우유를 '00 전용 우유'라는 명목으로 자체 생산품처럼 포장하여 가격을 인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실제 사용 빈도가 낮거나 불필요한 고가의 장비 구매를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00의 경우, 잘 사용하지 않는 오븐을 시중가보다 10배 비싸게 구매하도록 하거나, 특정 음료 냉장고 미설치 시 위생 점검에서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구매를 강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필수품목' 지정 및 공급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는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핵심적인 문제 영역이다. 단순히 물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가격 부풀리기, 불필요한 품목 강제, 정보 비공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 공정위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따라서 예비 창업자는 필수품목 리스트와 가격 책정 방식, 대체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불합리한 요구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가맹점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가맹본부의 재무 건전성은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가맹점 지원 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이다. 정보공개서에 포함된 재무제표를 통해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부채비율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최근 3년간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지, 안정적인 이익(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지, 부채비율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확인해야 한다. 연속적인 적자 기록이나 급격한 부채 증가는 심각한 위험 신호이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는 본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본사의 총 매출액 대비 로열티 수입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로열티 수입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가맹점의 성공이 본사의 주 수입원임을 의미하므로, 가맹점과의 상생 의지가 더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초기 가맹비나 물품 판매 마진 등 개설 관련 수익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가맹점의 장기적인 성공보다는 단기적인 이익 확보에 치중하는 기획형 모델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가맹본부의 재무 상태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 장기적인 지원 능력과 의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본사는 연구개발, 마케팅, 교육, 슈퍼바이징 등 필수적인 지원 활동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는 결국 가맹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심한 경우,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필수품목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하거나 필수 지원을 줄이는 등 가맹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본사가 파산하여 가맹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본사의 재무 건전성 평가는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프랜차이즈의 핵심 경쟁력은 표준화된 시스템과 본사의 지원에서 나온다. 따라서 계약 전 가맹본부의 지원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꼼꼼히 평가해야 한다.
정보공개서나 본사의 설명만으로는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과거에 운영했던 가맹점주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듣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나 아이템의 매력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사업 모델과 운영 철학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프랜차이즈와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여러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프랜차이즈 가맹과 개인 창업은 각각 장단점을 가진다.
기획형 프랜차이즈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성공적인 창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전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맹 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한번 서명하면 내용을 번복하기 어렵다. 특히 가맹본부에 유리하게 작성된 경우가 많으므로, 다음 조항들은 반드시 꼼꼼하게 확인하고 불리한 내용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가맹 계약은 본사와 가맹점 간의 힘의 불균형 속에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약서상의 필수 구매, 계약 해지, 영업지역 등 핵심 조항들은 잠재적인 분쟁과 착취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서명 전에 반드시 철저히 검토하고 이해해야 한다. 불리하거나 모호한 조항이 있다면 수정을 요구하거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허위·과장 광고 및 기만적 판매 전략 간파하기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종종 허위·과장된 정보로 예비 창업자를 현혹한다. 이러한 기만적인 수법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수익성 주장에 대한 검증:'월 순수익 OOO만원 보장', '업계 최고 마진율' 등 구체적인 근거 없이 고수익을 약속하는 광고는 경계해야 한다. 반드시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서면 자료(예: 다수 가맹점의 실제 매출 데이터)를 요구하고, 정보공개서 상의 평균 매출액과 비교해야 한다.
평균의 함정 인지: 본사가 제시하는 성공 사례는 최상위권 점포의 결과일 수 있다. 평균 또는 중간값 데이터를 요구하여 전체적인 성과 분포를 파악해야 한다.
'누구나 성공' 신화 경계: '초보자도 쉽게', '몸만 오면 성공' 등 창업의 어려움이나 필요한 노력을 축소하는 광고는 의심해야 한다.성공적인 창업에는 반드시 노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계약은 복잡한 법률 및 재무적 내용을 포함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획형 프랜차이즈'라는 암초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모델은 가맹본부의 단기 이익을 위해 가맹점주에게 재정적 손실(기대 이하 수익, 숨겨진 비용), 부실한 지원, 불공정한 계약 조건, 브랜드 가치 훼손, 운영상의 어려움 등 심각한 피해를 안길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는 핵심 전략은 '철저한 사전 검증'이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를 알아보는 수준을 넘어, 정보공개서의 객관적 데이터 분석, 가맹본부의 재무 건전성 및 운영 시스템 평가, 다수 가맹점주의 경험담 청취 및 교차 검증, 그리고 법률 전문가를 통한 계약서 검토 등 다각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투명성, 본사의 안정성 및 지원 의지, 공정한 계약 조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기획형 프랜차이즈는 이를 악용하여 예비 창업자들을 노린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조사와 냉철한 판단,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진정으로 상생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실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창업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