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간 (2025년 4월 12일 ~ 4월 27일) 국내 외식산업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과 배달 플랫폼 시장의 격변이라는 두 가지 주요 흐름 속에서 전개되었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가성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의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 결정과 이에 대한 쿠팡이츠의 무료 정책 연장 발표는 플랫폼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자영업자들의 운영 부담 및 전략 수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가 부담과 잠재적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효율성 제고와 상생 방안 모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트렌드인 AI 기술 도입, 지속가능성 추구 등은 국내에서도 논의되고 있으나, 당면한 비용 문제와 시장 상황으로 인해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도입보다는 비용 절감 및 운영 효율화 중심으로 선별적 적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일부 대형 캐주얼 다이닝 체인의 부진과 특정 콘셉트(QSR, 치킨 등)의 급성장 현상은 국내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향후 시장 재편 및 양극화 가능성을 예고한다.
2025년 4월 초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국내 외식산업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하며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에 근접한 수준으로,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으며 , 특히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식 물가(음식 및 숙박)는 3.0% 상승하여 전체 CPI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외식 물가가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외식 부문의 물가 압력이 상당함을 시사한다.
또한, 가공식품 물가 역시 3.6% 상승하며 2023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는 햄, 라면, 냉동만두, 과자, 맥주 등 주요 식품 제조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출고가를 인상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이다. 개인 서비스 물가 역시 전반적으로 3.1% 상승했다.
이러한 식품 및 외식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최근 10년간의 추세와도 일치한다. 지난 10년간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41%를 넘어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했으며, 짜장면, 냉면, 김치찌개 백반, 비빔밥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 가격 역시 10년 전에 비해 40~50%가량 상승했다. 최근 김밥 가격 상승 또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전체 CPI가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품 및 외식 물가가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외식 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외식 빈도를 줄이거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가성비' 메뉴를 찾는 '스마트 세이버(Smart Saver)' 소비 경향을 강화시킨다. 특히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은 이러한 물가 상승에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되어, 공식 CPI와 체감 물가 간의 괴리가 더욱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률(약 2%)보다 높은 3%대의 상승률을 지속하는 현상은 단순히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넘어 외식산업 고유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 식자재 비용 상승, 인건비 부담 증가, 임대료 상승, 그리고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누적된 비용 압박이 외식 가격에 전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외식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가격 인상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는 딜레마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속적인 비용 압박과 소비 심리 위축은 장기적으로 외식 시장의 구조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가격 결정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비용 관리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자영업자 및 독립 레스토랑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자본력이 풍부한 외식 기업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간 외식산업의 사업체 수와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감소하고 폐업률은 증가하는 추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내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이 퇴출되고 대형 외식 기업 또는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즉 시장 통합(consolidation)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외식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배민)은 2025년 4월 중순부터 포장(픽업) 주문에 대해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자영업자 지원 명목으로 5년간 유지해 온 무료 정책을 종료하는 것이다.
배민 측은 포장 주문 중개에도 배달과 유사한 수준의 서버 운영 및 관리, 앱 개발 및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며, 수수료 수입(연간 약 300억 원 추정)을 포장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정은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다. 다수의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부 업주들은 배민을 통한 포장 주문 접수를 중단하거나, 기존에 제공하던 포장 할인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단체 역시 포장 수수료가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배민이 업주들이 고객에게 수수료 정책 변경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전화 주문' 등의 키워드를 공지사항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표현의 자유 및 소비자의 알 권리 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러한 상황을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놓치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배민의 발표 직후,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2026년 3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쿠팡이츠는 주요 배달 플랫폼 중 유일하게 포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 사업자가 되었으며, 이를 불경기에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주와의 상생 조치로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요기요는 현재 7.7%의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쿠팡이츠는 4월부터 매출 규모에 따라 배달 중개 수수료를 차등 인하하는 '상생요금제' 시행 계획도 밝혔다.
이러한 수수료 경쟁은 변화하는 시장 구도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배민은 약 2238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며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이츠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무료 배달 등의 전략에 힘입어 사용자를 빠르게 늘려 약 1101만 명으로 2위 자리를 굳혔다. 반면, 한때 2위였던 요기요는 사용자 수가 약 504만 명으로 크게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거래액 자체는 지난해 다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팬데믹 시기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플랫폼 간 무료 배달 경쟁이 신규 수요를 창출한 효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무료 배달 및 할인 경쟁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배민은 최근 앱 개편을 통해 기존의 '가게배달'(업주 자체 배달) 노출을 줄이고 플랫폼 중심의 배달(배민배달)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배민의 포장 수수료 부과는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는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수년간의 무료 정책 이후 이루어진 이 결정은 필연적으로 비용 부담 증가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샀고, 이는 쿠팡이츠에게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제공했다.
쿠팡이츠는 모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장의 수수료 수입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배민과의 격차를 좁히려 하고 있다. 이는 성장 단계에서 수익화 단계로 전환하려는 지배적 플랫폼과, 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조금 전략을 지속하는 도전자 간의 전형적인 경쟁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플랫폼 간의 갈등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공공 배달앱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간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공공 배달앱들은 그동안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워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서울시 공공 배달앱 활성화에 나서는 등 업계 차원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만약 공공 배달앱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는 민간 플랫폼들에게 가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시장의 다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동시에, 포장 수수료 논란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정치권과 규제 당국의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향후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배달앱 시장의 경쟁 환경과 수익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